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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이사를 위한 주의점 [일본]2006/08/10
http://www.song-a.com




[잡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서 살다 보니 마치, 내 자신이 뿌리 없는 풀 포기가 된 듯 느껴질 때가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토록 사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마는, 그래도 국내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과 외국에 나와서 사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처음, 트렁크 세 개로 시작된 일본 생활은 날이 바뀌고, 해가 가면서 조금씩 짐들이 불어 나더니, 이삿짐을 나르는 차량도 작은 택시에서 1톤 트럭으로 이제는 4톤 트럭이 와도 모자랄 만큼이 되었다.

언제 이곳을 떠날 지 모르니, 좋은 가구를 들여 놓거나 멋진 그릇을 사는데도 망설이게 되지만, 뿌리 없는 풀 포기라도 오래 살다 보면 잔털들이 돋아 나는 법, 이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새로운 뿌리가 가닥가닥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도 하다.

10여 년 살면서 이사를 7번 정도 했다. 좀 자주 이사를 다닌 편이다. 살다 보면 구비구비가 있게 마련이고, 그 구비마다 참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특히, 이사를 전후로 한 추억담이 꽤나 많은 건 행운인 걸까…?

내가 맨 처음 이사를 한 것은 학교 기숙사를 나와서 스미코미(住み込み;들어가서 살면서 일하는 것)로 비디오 가게 겸, 맨션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이다. 짐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라 이삿짐 트럭을 부를 필요는 없었고, 그렇다고 손으로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어디선가 들은 아카보우 택시를 한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아카보우 택시(赤帽タクシー)란, 이름 그대로 택시를 이삿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실어다 주는 용도로 약간 변형을 한 것을 말하며, 크기는 일반 택시크기에서 1톤 트럭보다 조금 작은 봉고차 만한 것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서비스이다. 짐이 적을 경우에는 운전기사 한 사람만 오고, 장거리라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해 볼 만 하다.

10km미만의 거리라면 2천엔 정도에서 해결이 되고, 하루(8시간)를 전부 빌리려면 18,000엔 정도가 든다고 한다.짐이 많을 경우에도 하루를 전부 빌려서 몇 번에 걸쳐서 왕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3층의 내 집에서 밤을 새서 짐을 꾸리고 약속된 시간이 오기 전에 짐들을 한 개 한 개 1층까지 옮겨 두었다. 짐이라고 해 봐야 트렁크 세 개에 얄팍한 이불 보따리, 몇 달 동안 살면서 조금씩 늘어난 식기 류가 전부였지만, 아르바이트를 끝낸 다음, 밤을 새고 짐을 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이 되어 이사 소식을 들은 기숙사 아이들이 하나 둘, 짐 보따리 옆으로 모여 들었다. 모두들 그전 날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고 지친 얼굴들이었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내일 아침만 되면 만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 멀리라도 떠나는 사람모양 서글픈 마음이 되었다.

8월의 아침은 어찌나 햇살이 강한지, 건물들의 명확하게 갈라진 음양의 그 경계선 부근에 프리즘처럼 무지개가 생길 정도였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어깨로, 머리로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의 기억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도 대학에 입학해서 정들었던 가와사키를 떠나 동경으로 오고, 손바닥만한 원룸을 마련했다가 집세를 내기가 버거워져서 친구가 살던 기숙사로 들어 가고, 또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좀 더 큰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한 뼘 정도의 작은 집에서 조금씩 큰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100엔 숖에서 사 모았던 그릇이나 생활 집기들을 조금 더 나은 것들로 바꾸기도 하고, 집 모양에 알맞은 가구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사를 워낙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이삿짐 싸는데도 프로가 되었다.

어디 이삿짐 뿐이랴. 여행 가방이나 출장 가방도 후다닥 잘 싸고 잘 풀게 되었다. 이사를 자주 하다 보니 이사에 관한 노하우도 한 둘씩 생기게 되는데,

1.남향에 통풍이 좋고, 물이 잘 나오고 배수가 잘되는 집.
2,역에서 가깝고 엘리베이터가 붙어 있는 집.
3,가능한 한 레이킹(사례금)이 적은 집.
4,목조건물은 옆집 기침소리까지 들릴 수 있으며, 철근 콘크리트나 오토록(건물 현관 잠금장치)이 설치된 곳이 좋다는 점.
5,수납공간이 충실한 집.
6,본인이 직접 집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

등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역시 경험하지 못하면 얻을 수 없는 노하우들도 체득하게 되는 것 같다.

1.부동산 직원들은 맨 먼저 예산 내의 집들 중 가장 안 좋은 집을 먼저 보여 준 다음 조금씩 더 나은 집들을 소개한다.

2.집을 정할 때는 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다시 한번 그 동네와 집 주변을 살펴야 한다. 조그만 구멍가게나 야채 가게에서 뭔가 사면서 슬쩍 물어 보는 것이 좋다.

한번은 저녁 무렵에 집을 구하러 간 적이 있는데, 직원이 아주 좋은 곳이라며 당장이라도 계약하자고 했던 집이 있었다. 다음 날, 다시 가 보니, 고가도로와 지하도가 교차하는 곳으로 비가 내리면 달리는 차 소리에 굉장히 시끄럽고, 길 건너편은 인쇄 공장지대인데다, 맨션 아래에 작은 강이 흘러서 여름이면 하수 냄새와 모기가 극성이라는걸 알고 없었던 일로 한 적이 있다.

3.집주인이 바로 아래층에 살지 않는 집이 좋다. 집주인이 한 건물에 살고 있을 경우는 장단점이 있지만 문제점 해결은 빠른 편이다.

4.키친이나 목욕탕이 북향이 아닌 집. 북쪽에 물을 쓰는 장소가 있으면 풍수 면에서 그다지 좋지 않으므로, 목욕탕에 물을 받아서 두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현관은 가능하면 동향이 좋다.

5.도큐핸즈나 대형 수퍼에서 파는 긁히거나 망가진 부분을 복원해 주는 이삿짐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일본은 하우스 클리닝 비를 전세 산 사람과 집주인이 반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집을 험하게 쓰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다.

6.양쪽 집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는 집은 집세가 비교적 싸며, 어느 정도까지는 깎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뭐든지 깎아주지 않을 것 같지만, 집을 얻을 때는 관리비 정도는 말만 잘하면 디스카운트 해 준다. 몇 천엔 깎아 주더라도 사람이 들어 와서 살아 주는 것이 집주인으로서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7.부동산 중개료를 집세의 반으로 깎아 주는 부동산을 이용한다.

8.주변 환경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상점가는 가까이 있는지, 대형 수퍼는 어디쯤 있는지, 늦은 밤에 귀가할 때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닌지 등등을 체크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밤의 분위기는 상당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9.베란다가 옆집과 너무 붙어 있는 건 아닌지도 체크의 대상이 된다. 잘못하면 베란다 창문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 폐를 끼치는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10.집주인과 부동산을 통해서 집 계약을 해야 하며, 집주인 몰래 전세를 사는 사람과 계약해서 들어가는 마타가시(又貸し;이미 누군가가 빌린 집을 한 다리 건너서 다시 계약하는 행위)는 법률에 저촉을 받으며, 집주인에게 들키게 되면 이전 계약과는 별도로 새로 계약을 해야 하거나, 이사를 나가야 하는 일도 있으므로 마타가시는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11.베란다가 정남향이라고 해서 반드시 해가 잘 드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앞이 아니더라도 베란다 햇빛을 가로막는 건물은 없는지, 몇 시경까지 볕이 들어 오는지, 커튼을 열어 두었을 때 우리 집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다른 집의 베란다가 있는지 등등을 살피는 것이 좋다.

12.하우스 클리닝이 끝난 집이라도 이사를 들어가기 전에 집안에 파손된 곳은 없는지, 벽지가 새로 깔리지 않은 곳이 있는지(화장실 등)를 체크해서 문제가 되는 곳은 주저 말고 집주인에게 알려 두는 것이 좋다.


[아카보우 택시]

http://www.abetetsu.com/index2.htm

http://cafe.naver.com/kjmint/2846

[부동산 회사]
http://dir.yahoo.co.jp/Business_and_Economy/Real_E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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