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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장애…당신은 괜찮은가요?2005/02/11
http://www.song-a.com


[잡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그 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매스컴과 공무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던 황태자비 마사코(雅子)비(妃)가 드디어 지난 1월 2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마사코 비가 공식석상에 참가하는 것은 실로 1년 1개월만이며,악화되어 있던 건강이 공무를 집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는 보도도 같은 시기에 나왔다.처음 대상포진이라는 몸 전체에 생기는 피부병으로 입원하게 된 마사코 비는 여러 가지 검사 등을 거쳐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와 우울증으로 판명이 났다.

 

황태자비의 병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매스컴들은 일제히 특집 방송으로 적응장애에 관해서 보도하였고,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라는 병명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시민들은 뉴스와 보도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란, 어떤 스트레스나 개인적으로 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3개월 이내에 정서적 또는 행동적 부적응 반응을 나타내는 상태를 뜻한다.적응장애는 자신이 받은 충격의 강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증,불안증,불면증, 자율신경계항진 등의 정신적,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병이다.때로는 성격이 난폭해지거나 대인관계에 충돌이 생기며 자폐적인 성향을 띄기도 한다.
 
마사코 비의 경우는 정신적인 우울증과 더불어 온몸이 가렵고 부스럼이 생기는 등의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잠을 자지 못하고 식욕부진으로 먹지 못하니 건강의 바란스가 깨지게 되고,지속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는 환경에 처해 있으니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이다.
 
적응장애는 주로 청소년기에 잘 나타난다고 하는데,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이지메,학업성적의 부진 등,그 원인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겠다.또한,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의 10% 이상이 이 적응장애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적응장애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거나 환경을 개선해 주면 바로 치유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치료가 가능한 원인이라면 찾아내서 가급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인자체가 치유가 되지 않는 적응장애도 많이 볼 수 있다.사랑하는 이의 사망,불치의 사고, 부모의 이혼 등이 그것인데,이러한 원인에 의한 적응장애는 대상자가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도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의 강도를 1부터 10까지 나눈다고 하면 부모의 이혼,사랑하는 이의 사망 등은 10에 해당하는 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러한 경우에는 어렵겠지만 현실에 적응하는 힘 즉,극복할 수 있는 적응력을 기르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마사코 비의 경우는 외교관으로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던 그녀의 캐리어에 맞지 않는 엄격한 황실의 규율,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현실,후계자 계승문제,민간인의 신분으로 황실의 식구가 되면서 겪어 온 여러 가지 고충 등이 적응장애라는 병으로 나타난 듯 하다.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충이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그 중에서도 후계자 계승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부분이었다.그도 그럴 것이,황태자와 마사코 비 사이에는 아들이 없으며 무남독녀인 아이코(愛子) 사마가 이제 3살이 되었다.그러나,황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를 황제로 모실 것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이 문제도 조만간 해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부이기도 한 마사코 비의 적응장애 보도를 통해서 어깨가 조금 가벼워진 것은 역시 주부들이었다.그 동안,남편과의 성격차이,고부갈등,자녀 양육문제,끝이 없는 가사노동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느꼈던 주부들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들도 그렇구나 라는 안심감을 가지게 되었고 멘탈 클리닉 센터에서 자신도 적응장애 판정이 나왔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원인이 무엇인지,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져 있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많은 주부들이 마사코 비의 경우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던 것이다.그렇다고 적응장애가 비단 주부들에게만 생기는 병은 아니다.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병이며,남자들에게도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병인 것이다.과도한 업무나 능력을 뛰어넘는 책임을 요하는 일,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 또한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적응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역시 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확률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가족간의 대화,믿을 만한 멘탈 클리닉을 찾아서 의사와 상담을 나누는 과정,비슷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과 나누는 집단 치료적인 대화 등등,대화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뿐더러,자신의 이야기를 남이 들어 준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고 한다.
 
우울증,불안감,스트레스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일련의 정신적인 요소들을 스스로 구체화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자신의 기분을 언어로 표현하고 받아 들이게 하는 이른바,인지치료(cognitive treatment)를 통해서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또한,적응장애도 병이기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아무래도 멘탈적인 면의 질환은 남에게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병원을 찾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굳이 병원이 아니더라도 카운셀링을 할 수 있는 대상이나 장소가 있다면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선진국의 발전된 경제와 문화는 인간의 삶을 쾌적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혜택들을 부여하지만,그와 함께 필요악적인 요소도 반드시 함께 발전하는 양상을 띈다.대학원에서의 전공이 연극을 통한 심리치료(Art therapy)인데다,개인적으로 카운셀링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의 카운셀링 제도나 체제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일본은 기업이나 학교 기관등에 카운셀링 제도를 일찍부터 도입해서 사원이나 학생들의 멘탈적인 부분의 케어를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다. 카운셀링 본연의 목적이 단순한 상담이나 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과정이니 만큼,대상자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계기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인 제도로는 정년퇴임 이후의 노년인구를 위한 실버 케어(Silver Care)를 비롯하여,대학 및,대학원 차원의 평생교육제도,시(구) 산하의 생애 학습제도 등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또한,일본의 대학에는 카운셀링 학과를 만들어 둔 학교도 몇몇 있으며,전문적인 카운셀러를 배출하기 위한 교육기관이 도처에 있어서,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카운셀러가 되기 위해 마음만 먹으면 국가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1년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의 카운셀링 실태에 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그 시점에서 한국에는 카운셀링 학과를 설치해 둔 대학이 없었고,학교나 기업에도 전문 카운셀러가 배치되어 있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상황은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살고 있지 않아서 제대로 된 카운셀링 실태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어렵지만 분명히 많은 부분 개선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하루라도 빨리 보다 인간적인 삶, 보다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고 존엄하는 사회가 되어서 적응장애 등의 현대병을 감기나 두통처럼 쉽게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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