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때.정말 집을 한 번 들었다 놓은 것 같던 날>***
내가 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구나.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러 버렸네!.
내가 2학년,언니가 1학년 때 처음 만나서,말그대로 서로에게 힘이 되고,그늘도 되고,말동무도 되며 사이좋게 잘 지냈었었지.
언니 기억나?.
도꼬로자와의 그냥 크기만 하고 아무 것도 없던 캠퍼스랑,편의점도 달랑 한 개여서 점심시간만 되면 콩나물 시루처럼 복작대던 식당이랑,우리가 잘 가서 죽치고 앉아 있던 로비랑,스쿨버스를 기다리던 항공공원이랑,버스 정류장이랑.......
교실로 들어가 버리면 애들 콧배기도 찾을 수 없던 에코다 캠퍼스랑,우리가 자주 가던 하나식당의 목소리 허스키한 아줌마랑 인상좋은 아저씨랑,또 우리가 자주 가던 스파게티랑 햄버거가 셋트로 나오던,무뚝뚝한 여자 웨이트레스가 있던 식당이랑,언니네 문예과 동이랑,문 바로 옆에 있던 우리 연극과 동이랑......
예술제 때,지지미랑 떡볶이,잡채 만들어 팔던거랑,희린이 술주정에 우리가 속을 바글바글 끓이던 거랑,학비 못내서 쩔쩔 매던 거랑,매일 아르바이트에 해가 뜨고 해가 지던 거랑,시험 때만 되면 공부는 해야 되고 일도 해야 되고,레포트 쓰느라 밤잠 설친 거랑,언니 소설이 실린 문예과 책을 나에게 건네 주던 거랑,둘이 술 한잔 마시고 엉엉 울던 거랑,학교를 확 그만둬 버릴까 부다고,역시나 학비 걱정하던 거랑......
대체 그 많은 학비를 어떻게 다 내고 졸업한거지......? 우리는......?그렇게 고생해서 졸업하고는 지금 뭔가 플러스가 되기는 된 걸까???.
아마도 됐겠지.정신력면에서.
아마도 그런 고생을 안해 본 사람들이 10초 정도 참을 수 있는 일이라면,우린 15초는 참을 수 있을테지.
우리 학교 아이들은 다들,개성들이 강해서 참 유별나기도 했었어,그치?!.예술한다는 애들은 다 모여 있으니 난리도 아니었겠지만,정말 가끔씩,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닐걸 잘못했다고 후회도 하곤 했었잖아.우리.
내가 먼저 졸업하고 어땠어?.학교 다니기 재미없었지?.ㅋㅋㅋ ^^
웬지,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니,마음이 가라앉는다.별로,즐거운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그래도 지나고 보면 그게 다 추억인데......
언니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어떤건 줄 알아?.언니 1학년 때,나 2학년 때,아르바이트가 없었던 아이들하고 도꼬로자와에서 술을 한잔 하다가 우리가 좀 다툰 적이 있었어.
이유는 다 잊어 버렸지만,우리는 서로 삐져서 따로따로 역으로 갔었어.그 때,난 카미이구사에 살아서 세이부신주쿠선을 타야 했고,언니는 마치야에 살았을 때니까 세이부 이케부쿠로선을 기다리고 있었지.
언니는 아마도 날 못 본 모양이었어.맞은 편 조금 저쪽에서,삐쩍마른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서서는 철로를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는데......
외로워 보였고,누군가 힘이 되 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었어.우리가 다툰 적은 거의 없었는데,왜 언니를 떠 올리면 그 날,그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
우린 매일 만나면서도, 밤사이에 별 일도 없었으면서도,만났다 하면 이야기 하느라,시간 가는 줄 몰랐었지.오늘도 도대체 몇 시간동안 이야기 한거야? ^^
언니가 우리 집 가까이로 이사 올 지도 모른다니 너무 좋아.지금까지 학교 다니랴,아르바이트하랴,회사 다니랴, 고생 많이 했으니,이제부터는 행복한 일만 생겼으면 좋겠어.
우리만큼 노력했으면,이제부터 잘 살아야지?!.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좋은 일만 생기겠지?!.물론,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
아저씨한테도 안부 전해 주고,우리 언니 행복하게 안해주면 내가 가만히 안있는다고(애교로 봐줘용*^^* 삐까삐까 아부!) 꼭 좀 전해 줘.
언니!
우리 이젠 정말 행복하자.웃고 살아도 짧은 생을 이제부터는 진짜 맨날 웃고만 살자.
언니의 새 에이프런은 내가 선물해 줄께.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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