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1.06
배추소고.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를 말렸다. 아는 언니네서 먹은 꼬들꼬들한 김치가 참 맛있었기 때문.
사흘도리 말린 배춧단의 싱싱하던 이파리들은 수분없이 건조해져서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엿가락처럼 마음놓고 늘어진다.
일주일 말리랬는데.. 몇 개 되지 않은 배추가 있는대로 쪼그라들어서 한 줌 만 해졌길래 우선 절여보고, 새로 사온 배추를 다시 말리기로 했다.
배추를 바케츠에 담으며, 니 인생도 싱싱하고 샛노란 속살이 박혔을 때가 있었다 싶었다. 새들새들 가늘어져서 손아귀에서 풀썩 스러지는 몸무게가 되었을지라도 말이다. 탱탱하고 기상높은 섬유질의 몸을 하고 내 집안에 들어와, 우리 가족을 위해 꼬들꼬들한 김치가 되어줄 배추에게 감사를..
내 인생도.. 누구의 ㅇㅇ이 아닌 그저 여자였을 즈음에, 센 척 하고, 나 하나만 믿고 자신만만하던 그런 시절에 이렇게 쪼그라들고 파리해질 나날을 그리기나 했던가.
꼬들꼬들한 김치가 갓 잘라낸 배추로 담은 김치보다 서 너배는 맛있었다. 나 또한, 섬유질 빠져나간 새들거리는 중년이 되었을지언정, 사는거 더 깊이 이해하고, 그저 조동아리만 살아서 날파리처럼 휭휭거리는 안간이 되지 않겠다고 저 한 줌도 안되는 배추를 보며 생각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안다. 내 인생도 꼬들꼬들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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