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처럼 느껴지는 가을비가 내렸다. 겉에는 두꺼운 코트를 입었지만 안에는 반팔을 입었다. 베비카를 밀다보면 항상 후덥지근해지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맨션 앞까지 내려왔는데 아차 싶어 가방을 뒤지니 역시 정기권을 들고 오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우리집은 엘레베이터가 없는 맨션의 2층이라 다시 유모차를 들고 가려니 시간도 없고 힘도 들것 같아 잠시 멈칫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청소하러 나온 주인집 아저씨가 나와 지민이를 발견하고 지민이를 보고 있을테니 빨리 집에 갔다오라고 하신다. 어찌나 기뿌던지...
연휴가 지나서인지 잡다한 일로 바빴다. 편집부 회의와 신문발송을 위한 신규명단 정리 그리고 주간 보고서 작성 등을 마치니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점심은 모리야 선생님이 근처까지 볼일 보러 오셔서 함께 한국식당에서 설렁탕을 먹었다. 회사로 돌아와서 이번 주 취재하기로 한 곳과 영업할 곳에 전화로 확인하고 한 주 스케줄을 대충 잡았다. 오후 3시가 넘어 한시름 놓고 있는데 보육원에서 원장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다. 지민이가 38도란다. 에구구...
설사를 하고 체온도 높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보육원 가는 길에 선희언니네 회사에 잠시 들러서 아이 증상을 이야기하니 너무 걱정은 말고 병원에 가보란다. 아침에 유모차로 등원했기에 아이를 메는 닷코히모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고 비까지 오니 오늘은 용기를 내어 아이를 안고 집에까지 가려 마음 먹었다. 엄마의 체온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근데 그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우선 내 가방과 지민이 짐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양손으로 지민이 궁둥이를 받쳐서 끌어 안은 후, 나머지 한손으로 우산을 들었다. 병원까지 죽을힘(?)을 다해 갔다. 의사선생님이 진찰을 해보더니 감기라고 한다. 열이 나기는 하지만 식욕도 있고 목청도 많이 안부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아휴..!! 정말 다행이다.
마음을 놓아서인지 병원에서 집에오는 거리 15분 가량이 너무너무 멀게 느껴졌다. 오는 길에 가다가 멈추기를 수십번 반복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우선 겉옷을 벗어 가방에 구겨넣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걸었다. 평소의 3배가 넘는 시간이 걸려서 집에 도착했다. 지민은 그 와중에서 피곤했었는지 신기하게도 사지에 힘을 빼고 목까지 늘어뜨려 잠들어 있다. 엄마가 힘들어도 덕택에 지민이는 엄마체온을 느끼면서 편안히 코까지 골며 자는걸 보니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환절기라 그런지 홈피의 아이들 중에서도 보육원 지민이 친구들 중에서도 감기기운 있는 아가들이 많다. 엄마들이 힘들겠지만 이럴때일 수록 다같이 힘냈으면 좋겠다.
어제 글에 권혜경님이 남겨준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엄마가 되라는 말이 가슴에 많이 남는다. 앞으론 나혼자 해결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요청하고 어드바이스도 열린 마음으로 듣는 더욱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다.
에궁......지민이가 또 감기에 걸렸구나.열이나면 많이 힘들텐데 쯧쯧......지민엄마의 글을 읽고있다 보면 예전,호짱이 보육마마에게 다닐 때가 많이 생각나요.집에서 아주 멀었던 보육마마가 살던 역은 계단이어서 바쁜 출근시간대에 베비카를 들고 올라가려다가 눈총도 참 많이 받았고,호짱을 역무원에게 맡기고 베비카 들고 올라갔다가 다시 애델꼬 올라가다보면 힘도 들고 속도 상하고 그랬었는데.......^^;
지민엄마도 나처럼 이렇게 엷은 미소를 띄며 회상하는 시간이 꼭 올거예요.그 때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모든 것들이 나아져 있을테구요.힘내요 팟팅~~!!^^*
2003-10-15
강진숙
홈지기 리플을 읽고 힘낼랍니다. 전 아직 역무원에게 애맡겨 본적은 없는데....
속상한 얘기, 육아에 관한 애피소드 등을 기록할 수 있고 격려의 글까지 받을 수 있는 곳, 무엇보다 다른 가족들도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공유할 수 있는 홈피가 있어 많이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