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인가? 아님,감기인가? 머리가 아프다.너무.자고 일어났더니 더 하다.눈이 아프니 그런가보다.이젠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할까 보다.
중학교 1학년 때,처음으로 안경을 쓰기 시작했었다.그 때는 안경을 쓴 사람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일부러 책도 얼굴에다 갖다 대듯이 보고,TV도 바짝 다가가서 보고 그랬었다.얼른 눈이 나빠져서 나도 안경을 썼으면 좋겠다 싶었었다.
아버지랑 처음으로 안경을 맞추러 간 곳은 경대 북문쪽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던 제일 안경원이다.보안경이라고 해서 도수가 거의 없는 안경을 썼었다.나비처럼 끝이 살짝 올라간 안경은 너무 멋졌다.
그 이후로,체육시간에 떨어 뜨려서 부숴 먹고,깔고 앉아서 깨 먹고,맘에 안들어서 다시 사고를 반복해서 오늘에 이르렀다.지금까지 몇 개 정도의 안경을 썼을까.......아마도 수십개는 될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때,아버지는 신형 콘텍트렌즈를 선물해 주셨다.그 가게에서 제일 비싼 콘텍트 렌즈였다.그런데,아무리 해도 내 눈알에 렌즈를 갖다 넣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겁이 나던지......
결국,써 보지도 못하고 내 콘텍트렌즈는 책상 서랍속에서 먼지와 함께 세월을 보내다,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남들에게는 콘택트렌즈 알레르기가 있다고 말을 하지만,사실 나는 내 눈알에다 렌즈를 넣을 수가 없었던 것 뿐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부터는 안경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화장을 해도 티도 안나고,겨울에는 습기차고,여름에는 땀나고,불편한 안경을 안 쓰려니 앞이 잘 안보이고.악순환......
그래서 나는,희미한 세상을 즐기면서 살자라고 자주 위안을 했다.모든 것이 너무 확실하게 보이면 곤란한 것도 더 많이 보일 뿐이라고 말이다.
눈이 나쁜데 왜 안경을 쓰지 않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게 더 좋아.'라고 대답했다.그래도 수업시간에 칠판이 안보이거나,영화관에서 자막을 못 읽을 때는 짜증이 나곤 했었다.
눈다락지가 하필이면 좋은 눈 쪽인 오른 쪽에 나버려서 통 앞이 안보였다.눈조리개가 촛점을 못 맞추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나는 짝짝이이다.왼 쪽 눈은 시력 측정 불가능이고,오른 쪽 눈이 좋은 편이다.거기다 근시에 난시도 조금 들어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못생긴데다 성질도 나쁜 그것이다.엎친데 덮친 격이다.
눈이 잘 안 보여서 불편한 점도 많았고,또 좋은 점도 많았지만,두통은 자주 나를 못살게 구는 평생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오늘도 머리가 아프다.눈이 나빠서인지,머리가 나빠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통을 핑계로 좀 비싼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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