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30이 넘고 나자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 수가 없다.결혼한지도 어느덧 4년째가 되었고,우리 아이도 올 7월이면 일본 나이로 만 2년을 산게 된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젊고 좋은 시절을 다 보냈다.나름대로 체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믿어 본다.공부는 비록 계속 못하고는 있지만 학교 공부보다 더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매일매일 얻는 정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남편덕에 편하게 먹고 사는게 미안하기도 하고,뭔가 더 유익한 일을 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도 있고,오랫동안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자고 다짐하면서 살아오기는 했지만,좀 더 모험을 하며 살아보는 것도 좋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적어도 우리의 아이 때문에 나의 꿈을 접었다라는 말은 나중에라도 하기 싫으니,살면서 할 수 있는 한 공부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아이를 아침마다 보육실에 데려다 주면서 생각한다.이 아이는 나랑 함께 노는 게 더 좋은 걸까,보육실에서 친구들을 만나는게 더 좋을까,엄마와 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 건 아닐까 등등......나는 부모님이 바쁜게 참 싫었었는데 이 아이도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일요일이라 공원에 가서 새삼 느낀거지만,아이들이 많이 뛰어 놀고 있는 틈에 지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서 논다.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혼자서 놀기도 하면서 마이페이스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아이를 보육실에 안보낸다면 저렇게 자유롭게 아이들의 무리에 뛰어 들어가서 놀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일본아이들이 서른 명도 넘는 곳에 막상 보내자니 좀 내마음이 그런 모양이다.당장 보육원이 결정이 되어 버리면 좋든 싫든 다녀야 하는데,그게 아이를 위해서 좋은 일인지 어떤지는 아직도 모르겠다.장단점이 있겠지.
지난 주에는 도민주택이 너무 멋진 곳이 나서 잠시 흥분을 해 있었다.세이부 이케부쿠로 선의 호야역에 내려서 3분 거리라고 했다.호야는 예전에 살아 본 적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동네이다.그 때만 해도 밭이 많은 동네였는데 이젠 동경시로 바뀌었으니 분위기도 많이 변했겠지.
그 집은 88평방미터의 3LDK이다.집세도 지금보다 싸고 또 장난아니게 넓다.하지만,지금 집에 이사온지 얼마 안되니 지금 또 이사를 하기는 어렵다. 휴~~~우 아깝지만 포기다.
처음엔 이사를 만약 가게 된다면 나는 일을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을 생각도 해보고,왜냐면? 보육원이 바로 날 리가 없으니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별로 자신이 없었다.아이 엄마가 아이랑 24시간 있는게 당연한건데,솔직히 말해서 별로 자신이 없다.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약간 모멸감을 느꼈다.
에이 몰러~ 어떻게 되겠지......아!호야의 그 집은 너무 아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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