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한달이었다.분주하게 이사를 끝내고 새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새롭다.
이사를 온지 2주가 지났건만,아직도 채 풀지 못한 짐들이 작은 방에 한가득이다.남편의 악기들,컴퓨터,여러가지 장비들은 거의 풀지 못했고,옷장 두군데에는 여름 옷과 와이셔츠,양복,가을옷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어떤 옷을 찾으려면 옷장을 왔다갔다 하며 몇 번씩 찾아야 한다.
트렁크 두개랑 박스들에 나누어 넣은 책들도 하나도 풀지 못하고 그대로 있다,작은 방을 얼른 정리해야 하는데 도통 짬이 나질 않는다.
환절기라서 그런가 온가족이 감기에 걸려서 혼이 났다.아직 감기기운이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살만하다.호짱도 막 상경한 시골소녀처럼 코를 질질 흘리며 다니다가 겨우 흐르는 상태는 벗어났다.
요즘은 자주 아픈 것 같다.불과 한달전에 온식구가 난리를 치다시피 해서 내 몸살을 치뤘는데 또 감기로 골골이다.식사도 잘하고 문제 없는데 아마도 잠이 너무 부족해서 일것이다.오늘만 좀 늦게까지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막상 컴퓨터앞에 앉으면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 것이다.
아!미약한 나의 인내심이여!
이제부터는 좀 더 건강에 신경을 써서 가족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호짱도 호짱파파도 나한테서 감기가 옮았다.옮긴 놈은 나아야 되는데 셋이서 며칠을 골골 앟고 났더니 집안이 쑥대밭이다.오늘은 청소하는데만 하루종일이 걸렸다.
쇠고기를 사와서 오랫만에 불고기감을 쟀다.고기먹고 힘내야지 싶어서 4인분을 사와서 야채 썰어 넣고 간장으로 버무려서 일본당면을 넣고 볶아서 먹었는데 완전 소태다.보리차를 얼마나 마셨는지 헛배가 불러서 죽겠다.
처음 시집가서 잡채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결혼 전에도 혼자 살았던 전적이 많아서 요리는 곧잘 하는 편이었지만,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간을 할 수가 없었다.이게 지금 짠건지,싱거운건지......간을 볼 수가 없다는 건 꽤 충격이었다.
결국,내가 만든 잡채는 그냥은 도저히 먹어 줄 수가 없게 짜서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시아버님이 밥위에다 잡채를 얹어 드시면서,
"우리 큰 아이가 잡채밥으로 먹으라고 간을 이렇게 한거구나.밥하고 먹으니까 너무 맛있다.허허허"
짜서 못먹겠는데 또 손은 워낙 커서 어머니,우리부부,도련님네까지 한 이틀 먹고도 남은 건 미련없이 버려 버렸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인터넷 접속을 해 주겠다고 밥도 먹는둥마는둥,나는 그 옆에 앉아서 밥 한공기를 깨끗이 비웠는데도, 어찌나 짠지 반 정도 볶은 불고기가 그대로 남았다.
내일 아침에 고기를 먹어도 넘어갈까 모르겠지만 물을 잔뜩 붓고,야채를 더 넣어서 만들어 봐야겠다.호짱 도시락 싸줄려고 그랬더니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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