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인가!
이 시간에 갑자기 깨서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아무리 자려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해 봐도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결국 포기하고 일어나기로 했다.
요즘은 솔직히 컴퓨터와도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고, 마음을 먹지 않으면 글을 쓰고 싶은 생각도 좀처럼 들지 않는다.어떤 때는 글이 쓰고 싶어서 환장을 할 때가 있는데,그런 날은 이 친구 저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고,뭔가 좋은 글의 테마가 없을까 싶어 몇시간씩 컴앞에 앉아 있기도 한다.
뭐든 주기가 있는 거니깐.
오늘,동생 명아와 전화통화를 했다.승희가(경아) 결혼 날짜를 내일 쯤 잡을 것 같다는 얘기가 주제였다.그래서 결혼식장에는 엄마,나,명아, 이렇게 해서 똑같은 한복을 입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호세랑 지호는 하얀색 옷으로 통일을 시키자는 이야기,승희에게는 부조가 좋을지,혼수품을 선물하는게 좋을지,비싼 국제전화비를 서로 챙겨 주느라,동생과 나는 서로 번갈아 전화를 하며 정말로 오랫만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렸을 적에는 여자형제가 많은 게 싫은 적도 있었고,성격도 제각각이라서 싸우기도 했었지만,이렇게 크고 나니까 역시 제일 소중한 건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곤 한다.여자형제가 많으니,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주기도 하고,서로 많이 의논을 할 수 있기도 하고,내 마음이 네 마음이라고 서로 배려하려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희한하게도 우리 집에선 모두들 우리 가족(호짱파파,나,호짱)을 외국에서 고생하는데......하며 항상 감싸려고만 든다.우리가 제일 위인데도 동생들이 더 많이 우리를 신경써 주곤 한다.특히,바로 밑의 동생인 명아는 그 정도가 더 심해서 이제나 저제나 언니 걱정이다.
처음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명아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지금 생각해도 너무 황당하지만,우연의 일치로 조그만 사건이 생긴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무렵,명아는 갑자기 어떤 남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 남자는 다짜고짜,
"처제! 언니 혹시 거기 가지 않았어?."
하는 내용이었고,동생은 너무나 목소리가 형부랑 똑같은 나머지,전혀 의심의 여지없이,
"아니요,안왔는데요......"
"그럼,어디로 간거지?.......응, 그래 또 연락할께.언니가 혹시나 오거든 전화해 줘."
하고 끊었단다.
동생은 전화를 끊고 나서,일본에 사는 언니가 형부랑 싸우고 한국에 나왔나?.설마.......근데,언니는 어디 간거지?.집에 없는 언니를 찾아서 한국에까지 전화를 건 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니다!.갑자기 겁을 먹은 동생은 혼자 고민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알렸고,엄마는 또 엄마대로 걱정에 또 걱정.
그런데,더 웃기는 건,바로 그 전화통화가 있고난 30분 쯤 후,진짜 형부가 한국의 우리 친정에 안부전화를 드린게 더 큰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집에는 진아만 있고 아무도 없었는데,호짱파파는 장인어른은 어디 가셨고?.장모님은?.하고 묻고는 진아랑 조금 통화를 하다 끊었다.별 내용없는 안부전화를 드린 것 뿐이었는데,이상하게 오해에 오해를 더해 준 결과가 된 것이다.
우리 엄마는 걱정거리가 있거나 궁금해지면 거의 매일 전화를 거는 버릇이 있는데,일본의 우리 집에 전화를 걸 때마다 집에 아무도 없거나 아니면,호짱파파가 받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송아 어디갔는가? 하고 물으면 아직 집에 안왔는데요......하지,걱정이 하늘처럼 불어날 수 밖에.
거진 1주일을 고민에 고민을 하던 엄마는 한번은 이른 아침에 전화를 걸어왔고,전화를 받은 호짱파파에게 날 바꿔 달라고 했다.당연히 그런 새벽에 집에 있지......나는 졸리 ㄴ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엄마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다.아무리 화가 나도 여자가 참아야지.그런데,무슨 일로 싸웠냐?"하고 대뜸 물었다.
엥??? 무슨 말인지 한참 설명을 듣고야 알았고,나는 박장대소를 하며,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그렇지,어떻게 한국까지 가냐?.우리는 이사 간 명아네 집 전화번호도 아직 모르는데......
그런데,아무리 설명을 해도 곧이 곧대로 믿어주질 않는 거였다.1주일이 넘게 온갖 고민을 하다가(딸이 없어졌으니^^;) 마치 진짜처럼 믿어 버리게 된 것 같았다.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나는 나대로 화가 나기 시작했고,그 오해를 말끔히 없애는데는 시간이 좀 필요했었다.
요즘은 동생 날받는 일로 좀 뜸해졌지만,며칠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매일매일 전화공세가 한동안 계속되었다.나는 부모님 걱정을 시키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기 떄문에 나름대로 잘살려고 노력하는데,엄마는 멀리 있어서 어떻게 사는지,고생스럽지는 않은지,이제나 저제나 걱정에 또 걱정인 모양이다.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말이다.^^*
오랫만에 동생과 마음놓고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해서 잠이 안오나......벌써 3시다!.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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