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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끝~! 나의 사랑스런 구닥다리 세탁기


[잡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처음 일본에 와서 어학교를 다니며 살림을 하나하나 모으던 시절에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가전제품은 세탁기였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지만 그 때만 해도 세탁기는 고사하고, 각자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도 드물었으며, 집에다 전화를 설치하려면 오륙만엔 정도의 돈을 들여서 전화 회선을 사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은 용무가 있으면 앞집 아파트의 대각선 방향에 살고 있던 어학교 선배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선배가 창문 밖에서 ‘전화 왔다’며 내 이름을 부르면, 후닥닥 번개같이 뛰어가서 짧게 전화통화를 하곤 했었다. 일반 전화가 그 정도였으니 세탁기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대신, 코인 란도리(일명; 빨래방)라고 하는 세탁기가 여러 대 놓인 가게는 동네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이불까지 세탁할 수 있는 초대형 세탁기부터 일반형, 온수가 나오는 타입, 건조기까지 세탁기의 종류도 다양하다.일본은 워낙 애완 동물들을 많이 키우니, 동물들이 쓴 모포나 옷가지들을 코인 란도리에서 세탁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많지만,우선 급한 대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좋은 시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탁을 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가방에다 세탁물을 담고 그걸 자전거에 떨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잘 붙들어 맨 다음, 집 근처의 코인 란도리로 향한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가까운 다른 기숙사에 어슬렁거리며 걸어 가서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오거나, 해가 좋은 자리에 나무 의자를 갖다 두고 비치되어 있는 만화책이나 잡지들을 떠듬떠듬 읽어 내려가던 것은 기분 좋은 추억이다.

원래 잡지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이라, 머리 하러 미용실에 가거나 코인 란도리에 가서 읽는 잡지들은 꽤 흥미롭다. 어쩔 수 없이 일정 시간을 묶여 있어야 할 때는 파파라치들이 찍어 낸 연예인의 폭로 사진과 가십기사도 읽을거리로서의 힘을 발하는 것이다. 그 때 읽었던 기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キムタク”라는 단어이다. 인기 그룹 SMAP의 멤버인 키무라 타쿠야(木村拓也)의 별명이다.

당시의 잡지에는 이 “キムタク”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었고,나는 그 유명한 키무라 타쿠야는 한국 사람인가? 하는 의문도 생겼었지만, 그저 본인이 아주 싫어하는 별명일 뿐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SMAP의 인기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건재하다는 것! 대단하다!

처음 내 집에 세탁기가 들어 오게 된 것은 대학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대학 입학식을 보러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은 내가 얻어 놓은 작은 원룸을 들어서더니 한숨을 푹 내쉬셨다.아버지는 그저 웃으시는데,엄마는 무슨 집이 목욕탕 만하냐, 대체 너는 여기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냐고 안타까워 하시더니 급기야, 한국으로 돌아가실 날이 임박하던 어느 날 밤,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시며 같이 돌아갈 마음이 없느냐고 심각하게 물으셨다.

내가 돌아갈 리가 있나.원하던 대학에 합격해서 이제부터 시작인데… 엄마 앞에서 큰소리 치며 잘 할 수 있다고 굳게 약속했다. 어느 볕 좋던 날, 빨래를 하러 아버지와 슬리퍼를 끌고 코인 란도리에 갔던 날은, 오랜만에 부녀 간에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다. 어려서부터 엄마 보다는 아버지와 더 친했던 큰딸이, 다 자라서 외국에 혼자 나와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다 시며, 원하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당신도 기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코인 란도리의 경험은 부모님께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내게 제일 먼저 세탁기부터 사라고 돈 오만엔을 따로 챙겨 주셨다. 내 집에 들어오게 된 제일 작은 리터의 깜찍한 세탁기는 그 이후로 내가 결혼할 때까지 열심히 빨래들을 세탁해 주는 재산 목록 1호가 되었다.

둘 다 유학 중에 만나서 결혼을 한 터라,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한번씩, 찌그러진 밥통이랑 세탁기만 들고 시집왔다고 놀리곤 하는데, 그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나의 세탁기였던 것이다.

청소나 빨래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부지런함을 배우고 싶다. 나는 어떤 타입인가 하면,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집중해서 후다닥 해치우는 타입이 아니고, 있는 대로 죄다 끄집어 내 놓고 1시간 청소할거 하루가 걸려 치우거나 아니면, 보이는 데만 치우는 편이기 때문에 깔끔한 남편은 어쩌다가 한번씩 가뭄에 콩 날 만큼이지만 자기가 청소기를 들고 나설 때도 있다.

우리 집은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 룰인데, 청소만큼은 매일이라도 좋으니 어서어서 도와 달라고 하고 싶다. 두 아이들이 깨끗하게 치워 놓은 방을 순식간에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릴 때는 누가 하우스 키퍼를 좀 불러 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세제를 풀어 넣고 수도를 튼 다음, 알맞은 옷가지들을 집어 넣을 때의 시원함. 비라도 며칠 내린 다음에 소파 위를 장악하던 빨랫감들이 세탁기로 들어갈 때는 안도감마저 느낀다.

빨래 너는 건 조금 귀찮지만 좋은 햇볕에 잘 말라서 꾸덕꾸덕해진 빨래들은 햇살의 내음과 부드러운 세제의 내음이 섞인 좋은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 한번씩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그 내음에 취해 보기도 한다. 일본은 특유의 꽃가루 때문에 빨래를 걷을 때마다 털어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빳빳하게 바싹 마른 빨래가 주는 느낌은 바로 행복감일 것이다.

요즘은 세탁세제도 기존의 고형 가루 타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젤 타입의 액상 세제가 시판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세제를 물에 녹여서 세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많이 줄었다. 모 회사의 젤 타입 세제는 물량이 딸려서 사려고 해 봐도 손에 들어오지 않는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을 정도이며, 역시 사용해 보니 그 차이가 확연하다.

우리 가족이 지금 쓰고 있는 세탁기는 시누이가 일본 생활을 정리하면서 물려 준 세탁기인데, 예전에 내가 썼던 사이즈보다 훨씬 크고 나이를 많이 먹었다. 베란다 지붕이 없는 특이한 모양의 맨션이라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어김없이 ‘세탁기 몸으로 울었다’ 를 연출하기도 한다.

실컷 부려 먹을 때는 좋았는데 이제 오래되어서 빨래가 잘 안 빨린다는 둥, 세탁시간을 너무 잡아 먹는다는 둥, 이번에 세탁기를 새로 한대 사자는 둥, 우리 부부는 자주 세탁기의 험담을 늘어 놓게는 되었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고장 한번 안 나고 충실히 가족들의 빨래를 세탁해 준 녀석을 올해도 그대로 끼고 살고 있다.

사람이 우리 세탁기처럼 저렇게 한결같다면 좋겠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치워 나가는 뚝심에, 한결 같은 마음을 지녔다면 얼마나 보기에 좋을까?

요즘은 너무나 새로운 가전제품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몇 달만 지나면 구모델이 되어 버리고 가격 또한 원가보다 뚝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구모델은 당연히 빛이 바래 보이고 어딘가 불만이 생기는 법,

요즘은 어딘가 고장이 나거나 깨져서 못쓰는 물건 보다는 질려서 버려지는 가전제품들이 더 많다. 어떻게든 대용량 쓰레기들을 줄여 보자고 버리는 데도 돈이 들게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쓸만한 제품들이 거리낌없이 버려지는 건 당해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www.kakaku.com
에 가면 지금 당장이라도 일본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편의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다. 오늘 구입 목록에 체크를 하면 내일 발주해서 모레는 우리 집에 도착하도록 할 수도 있다. 온라인 결재를 꺼리는 사람은 세탁기를 받는 그 자리에서 돈을 건네 주면 된다.

http://www.takeya.co.jp/ (타케야)
에서는 세탁기를 주문하면 우송료 무료에다 버릴 세탁기를 무료로 회수해 간다. 대규모 디스카운트 숖이기 때문에 얼마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그렇게 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저 구닥다리 세탁기를 버리지 못하는 건, 이건 또 무슨 마음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새로운 세탁기를 살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저 세탁기가 고장이 나는 그 날까지, 우리는 어쩌면 툴툴거리며 계속해서 생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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