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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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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6 16:2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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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우리 가족은 1주일간 동경으로의 긴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기 보담 나는 학교를 간것이고,남편도 따라 나선 것이고,그러니 당연 딸래미도 가야 하고,그럴바엔 차로 가자.근데,고속도로는 잼 없으니,국도를 타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보자하고 나선 것이었다.
지난번 고속도로로 달렸을때도 총 10시간은 걸린듯하니,아마 이번엔 1박을 생각하고,가능하면 우리도 러브호텔이라는 데라도 함 가보고,가다 좋은 온천이 있음 쉬었다가고,좋은 물이 나옴 놀다가고...가을 여행겸, 단지 멀미쟁이 땡깡쟁이 우리 딸래미의 반응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만...하고 출발을 했다. 아예 김밥도 싸고,먹을 것을 잔뜩 싣고는 국도라고는 하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시골길을 마냥 달렸다.지도를 펼쳐놓고 달리는 거라 몇번의 헷갈림과 몇번의 놀라움이 있었지만,보름달의 월강을 받으며 북알프스와 남알프스를 가로 질러 달리는 기분은 남달랐다. 다행히 수아가 좀 컸다고 그런건지 너무나도 잘 놀고,잘 먹고,잘 자고,저도 한몫 여행을 즐기는 듯 제법 의젖해 보였다.
300킬로 정도 달린 지점에서 우리는 운좋게 커다란 온천장 시설을 발견했다. 저렴한 숙박시설에 무엇보다도 무지 크고 깨끗한 사우나 시설이 맘에 들었다. 온천도 실컷하고,피로로 가신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에는 고속을 달려 학교 일정에 맞춰 동경 진입. 그리고 이틀 동안은 학교일과 학회일로 바쁘게 뛰어 다니고 수아는 아빠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먼저 살던 동네에 인살 갔더니 수아가 너무 많이 컸다고 모두 깜짝 놀랐고,아저씨들 한테도 이쁨을 많이 받고 왔단다.
이틀동안의 숙박지였던 다사로이네 집에선 수아는 언니,언니하며 다사로이를 엄청 좋아했다. 눈물을 흘리는 다사로이를 뒤로하고,두번째 숙박지 쌍동이네 집으로 출발,퉁실 퉁실 7개월된 쌍동이들과 거의 폐인이 다된 그들의 엄마,아빠.이 집에서는 전쟁이었다. 수아는 아가를 너무 이뻐 하면서도 내가 건들기만 하면 질투의 화신으로 변했다. 질투로 울고,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울고,현관밖에 혼자나갔다가 못들어와서 울고,비오는데 밖에 놀러가자고 울고,...일요일은 잠시 비가 개였기에 신주큐에 나가서 꿈에 그리던 아구찜을 먹었다. 군산집이라는데 원래 군산이 아구가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그 매콤한 양념에 쐬주한잔,쫙....흐흐흐...
일본의 가을 날씨는 미친년 날씨이다. 특히,내가 사는 이시가와현은 너무나도 날씨가 궃고 변덕스러워서,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들 한다. 근데 동경도 그렇다.과거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변덕스런 날씨,비가 왔다 개였다가,추웠다 더웠다. 안그래도 심란한데,날씨 땜에 더더욱 꿀꿀.사실은 이번 동경행의 주목적은 방찾기였다. 방찾기라기 보담 방없음의 서글픔을 곱씹는 시간들이었다. 과연 이 대도시 동경에서 다시 보금자리를 틀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회의가 엄습해 오는 것을 애써 누르며 몇군데를 둘러본 다음,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곳 홈지기의 집을 방문했다.
비가 쏟아지는 동경의 한복판.
이곳의 이야기는 따로 쓰도록 하자...
홈지기에 대한 예우상...
그리고 말리는 송아씨를 뒤로하고 우리는 밤길을 달려,나가노현 수와라고 하는 큰 호수가 아름다운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모든것이 어중간한 호텔이었는데,어중간한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어중간한 욕탕에서 온천을 하고 어중간한 아침을 먹고,호수를 바라보고 산책을 했다. 가을이 깊어져 가는 산속은 벌써 단풍이 들어서 불긋불긋 아름다운 채색이 시작되고 있었다. 길가의 갈대밭에는 누런 갈대들이 스걱스걱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갈때는 머리위로 둥그런 보름달이 환히 비추고 있었는데,돌아올때는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낯선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살림살이며 보이는 것이 왜 그리도 낯설게 보이는지,단지 1주일이었는데...오늘 아침 수아는 친구들의 대 환호를 받으며 보육원 문으로 들어섰다. 수아에게는 참 좋은 시간들이었던것 같다. 많은 것을 보고,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쁨 받고,친구도 생기고,동생이랑 언니도 만났다. 온천욕덕분에 피부도 매끌매끌 해지고,갈때 질질 흘리던 콧물도 어느새 뚝 떨어졌다. 왠지 훌쩍 큰 느낌이다. 이제 곧 2살 생일을 맞이 할것이다. 살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행이 있겠는가.그때 마다 그녀는 훌쩍 훌쩍 클 것이다.
나는?...
글쎄,아직 여독 풀리지 않고,사람들과 나누웠던 많은 이야기들,많은 얼굴들이 실타래 처럼,엉켰다가 풀렸다가 한다.동경의 그미친년 같은 날씨와,주차땜에 고민했던 일과,이곳에 도착했을때 느꼈던 그 싸늘한 밤공기와 낯선 느낌이 아직도 지워 지지 않는다.
모두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바쁘게 힘들게 사는데,나만 이런 여유로운 낭만을 즐기는거 같아 좀 칼 맞을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곳에 있으면서 이렇게 동경,대도시를 느끼는 것에 중독되 있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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