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지민이 진짜 생일이었어요. 또한 엄마 생일이기도 했구요.
집 근처의 조그마한 레스토랑으로 외식을 하러가기로 며칠 전부터 아빠랑 약속을 했었습니다. 근데 황사의 영향인지 점심 때부터 몹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태풍이 오고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외식 약속보다 아침에 널어놓은 빨래 때문에 하루종일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민이 보육원에 갔다가 지민이를 태우고 집에 오자마자 베란더의 빨래를 확인했었죠. 아니나 다를까 반정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빨래줄에 널려있는 빨래들도 서로 엉퀴어 엉망인 상태였습니다.
지민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은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럴 땐 아빠가 지민이랑 엄마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텐데..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더랬죠. 역시나 무리한 바램입니다. 대신에 남편은 자신이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하자 디럭스피자를 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집 앞 슈퍼에 가서 스테키, 사라다, 만두, 잡곡밥, 오징어 튀김, 사과 등도 사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맥주도 잊지 않았죠.
우리 가족 셋은 한국 갔다온 뒷풀이겸으로 많은 수다를 떨어가며 이렇게 조촐하지만 오붓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민의 첫 돌이자 엄마의 생일인 2004년 3월 17일 밤을 말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