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하바라에서 돌아오는 길. 타카다노바바에서 세이부신주쿠센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지민이를 어깨에 걸쳐 앉고 있었고 난 유모차에 남편 가방을 싣은채 서 있었더랬다.
우리 뒤에 50대 가량으로 보이는 중년 노부부팀이 우루루 줄을 섰다. 아마 계모임 등에서 술을 한잔 걸치고 아주 좋은 기분으로 귀가하는 길인 것 같아 보였다. 그 중의 한 분이 지민이를 보며 이쁘다며 몇 살이냐며 말을 붙여왔다. 난 뒤를 돌아보며 10개월이 지났노라며 그들의 관심에 웃으며 대답했다. 근데 그 중에 한 분이 아주 심각한 얼굴로 근데 둘중에 누가 엄마예요?(다레가 오카상데스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옆에 서 있어서 남편이 남자인 줄 알았던 몇몇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역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말이다.^^;;
너무나 재미있고 황당했다. 하기야 호리호리한 몸매에, 단정하게 한가닥으로 빗어내린 저 헤어스타일을 보라. 그리 오해할만도 하지 않은가?
어쨌던 그 일을 계기로 함께 덴샤를 탄 우리 가족 3명과 그쪽 아줌마 아저씨들은 전철 안에서도 계속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해가며 사기노미야 역까지 올 수 있었다. 오랫만에 만나본 보기드문 일본인들이었다. 즐거운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