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떄,앗 추워!~싶었다.요즘 하도 더워서 창문을 아예 열어 놓고 자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더워서 어쩔 도리가 없다.
누구네 집은 전기세가 2만엔 가까이 나왔니,물세가 얼마 나왔니 하고 치를 떠는데,우리 집이라고 예외일 수가 있나.왜 이렇게 광열비가 비싼건지,내야 할 세금을 다 합치면 10만엔 정도 되는건 일도 아니다.예삿일이 아니다.
안떠지는 눈을 비비고 창밖을 내다 보니,하늘은 흐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서 맘만 먹으면 한바탕 쏟아질 태세를 하고있다.아니나 다를까,한 30분쯤 지나자 막 쏟아지기 시작한다.
쨍쨍 내려쬐는 폭염이 계속되었는데,태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꼭 비가 내려서가 아니라,어깨가 선득하니 추운 걸 보니,제법 가을같기도 해서 갑자기 기분이 가벼워진다.
가을이 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초가을은 우선 덥지가 않아서 좋고, 습기많은 일본에서도 가을 만큼은 싱싱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아직 여름의 티를 못벗어난 가을은 한낮은 덥지만 아침,저녁으론 꽤 바람도 살랑거리고,철지난 매미가 맴맴 울어대는 소리를 제치고, 귀뚜라미도 귀뚤 귀뚤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바람이 점점 차지는 것을 얼굴로 느낀다.예전처럼 자전거를 많이 탔던 시절은, 더더욱 가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굴리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랐다.
10월로 접어들면 그냥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얼굴을 가볍게 때리고 지나가는 바람과 만나게 된다.연인과 이별을 하고 아니,딱지를 맞고 돌아올 때 이런 바람을 맞으면 정말로 눈물이 날 것이다.아얏! 하면서 마음이 아픈건지 얼굴이 아픈건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서글퍼져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바람이다.
깊은 가을에는 니트 가디건이 제격이다.목에 가벼운 머플러라도 두르면 몸은 따끈따끈하고 얼굴만 차가워져서 짜릿한 쾌감같은 걸 느끼게 된다. 뺨에 와닿는 바람은 손가락 긴 여자에게서 맞은 따귀만큼이나 제법 맵다.
손가락 긴 여자한테서 뺨을 맞아 본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따끔한 주사라도 맞은 듯한 느낌의 바람이다.맞아 본 기억은 없지만 때려 본 기억은 있어서 내 손끝에 남아 있던 짜릿하고 얼얼한 느낌을 기억한다.바로 그 때의 그 얼얼한 느낌의 바람이라 생각된다.
아직은 8월 중반인데 벌써 가을타령이냐 싶지만,이제 열흘만 있으면 9월이다.이렇게 날짜가 빨리 지나가는 건,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아마도......-_-
시간이 서둘러 지나가는 건 못마땅하지만,그래도 얼른 가을이 되어서, 그 싱싱하고 탄력있는 가을바람에 내 두뺨을 맡기고 싶어서 애가 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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