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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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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1 22:4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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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하연이한테 열이 있길래 해열제를 먹였더니 금방 열도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아서 '이연아'모임까지 갔다 저녁 늦에 집에 왔다.
그런데 또 열이 난다.
10시쯤 해열제를 다시 먹였다. 금방 열이 떨어지고 또 잘 논다.
그런데 그때뿐..
1시쯤 되니깐 열이 펄펄끓는다.
체온을 재보니 39도.
인터넷에 응급처치를 봤더니 온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서 열을 내려야 한다고 되어있다.
하연이 옷을 홀딱 벗기고 몸을 닦았더니 애가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 울어재낀다. 도저히 안돼서 다시 체온을 재보니 39.5 까지 올라가고 있다. 온도를 재다말고 겁이나서 도저히 안돼겠길래 애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동네에서 가까운 큰 병원은 '일산백병원'
새벽 2시다.
소아 응급실에는 환자 셋이 더 있었다.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옷을 벗기고 따뜻한 수건으로 온몸을 닦았다.
하연이가 우는 바람에 옆자리에 21개월된 남자 아기가 잠자다 말고 깨서 함께 운다.
그 남자아기는 잠에서 깨더니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괜히 우리때문인것 같아 정말 우리가 어쩔줄 몰랐다. "미안합니다"라고 몇번을 말했지만 괜찮다고 하면서도 애기 엄마는 힘들어 했다.
의사가 준 해열제를 먹이고 계속 수건으로 몸을 닦았더니 하연이는 그저 안겨만 있을려고 한다. 아빠는 안고 있고 나는 닦고.. 2시간쯤 지나니 열이 많이 내린것 같다.
먼저 x-ray 촬영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당직의사(인턴으로 보임. 20대 여자)는 x-ray를 보더니 폐가 좀 안좋다고 그랬다. 사실 2월초에 폐렴으로 병원 일주일 다닌 전적이 있긴했었다.
귀에 후두염끼도 보이고 목도 부어있다고 했다.
피검사를 해보잰다.
그 조그만한 손등에 바늘을 꽂고 피를 뽑는다. 어른들은 바늘 꽂으면 피가 줄줄 흘러 금방 주사위에 하나 차지만 그렇지 않다.
마치 다 떨어진 튜브의 치약 짜듯이 하연이 팔을 쭉쭉 흩어 내린다. 그래도 피는 방울 방울 떨어지고..
정말이지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못봐주겠다.
하연아빠 얼굴도 다 일그러져 있다.
억지로 피를 뽑고 그자리에 닝겔 주사바늘을 꽂았다. 울어재끼는 하연이를 안고 침대로 돌아가니 그저 안겨만 있을려고 한다. 한참 실갱이에 힘들었는지 자는것 같아 침대에 뉘었더니 금방 깨고 또 깬다.
결국 하연이를 앉고는 밤을 꼴딱샜다.
2시간이면 피검사 결과가 나온다더니 아무런 소식이 없고..
어른 환자 하나가 응급소아실로 오더니 해필 우리 옆자리에 누웠다. 부인이랑 애가 그저 찌푸린 얼굴로 왔다갔다 하더니 피투성이 남편을 두고 그냥 가버렸다. 술주정으로 싸운것인지.. 아무튼 상습적인 환자인듯이 보였다.
문제는 코를 얼마나 세게 골면서 자는지.. 정말 죽는줄 알았다.
앞 침대 꼬마 환자는 밤새도록 안자고 재잘재잘 떠들고 옆자리는 코고는 소리가 진동을 하고..
간호사에게 왜 어른환자가 소아응급실로 왔냐고 물어봤지만 "그 환자는 어쩔수 없어요" 그러더니 그냥 횅하니 가버린다. 한번 더 따져서 물어보고 싶지만 나도 그럴 힘도 없다. 그냥 듣고 있는수밖에..
하연아빠는 피곤에 쩔어 하연이 침대에서 쪼그리고 잔지 오래고 난 그저 하연이 눕혔다가 울면 또 안고 눕히고 안고.. 밤새 잠도 오지 않는다. 그저 빨리 피검사 결과나와서 아무병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 뿐..
7시가 되니 의사, 간호사들 교대시간인것 같다.
하연아빠는 7시 10분쯤 일하러 나갔다. 11시면 병원으로 다시 올수 있으니깐 병원에서 기다리라 그러고는 남편은 출근했다. 오늘이 3.1절이라 다른 남자들은 다들 쉬지만...
옆자리에 애기 엄마가 남편 출근해야 된다고 하니깐 내가 안돼보였는지 "오늘 안가시면 안됀데요.." 그런다.
7시 30분에 남자의사가 와서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데 피검사는 별이상이 없다고 한다. 이틀 약 처방 해줄테니 집으로 가도 좋다고 그랬다.
하연아빠는 11시 되어야 병원으로 다시 올수 있는데 기다릴까 하다가 병원안이 너무 답답하고 싫어서 하연이를 안고는 병원비 계산하고 약을 타고 여기 저기 다녔더니 정말 팔이 아파 죽는줄..
가방 하나 가득 짐을 꾸려 매고 하연이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겼더니 하연이 기분이 날아간다. 열도 내렸지 닝겔 바늘도 뺐지.. 갑자기 병원안에서 혼자 흥얼 흥얼 노래를 부르고 머라 머라 말을 하고..
시끄러운 것 같아서 얼른 데리고 나섰다.
병원 밖을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 이라 그런지 병원안으로 택시는 들어올 생각을 않고..
할수 없이 병원 입구 큰길가 까지 나가서 택시를 잡고 집으로 왔다.
아파트 입구에서 하연이는 집으로 안들어간다고 땡깡을 부린다. 밖에서 더 놀고 싶어서 그런 모양이다. 비도 오고 나는 지칠대로 지쳤고 더이상 뛰어다니는 하연이를 챙기면서 놀 정신이 없다.
강제로 데리고 집에 들어오니 아침 8시 40분.
하연이는 살아난것 같은데 내가 죽겠다. 같이 자자고 하니깐 싫댄다. 계속 실갱이 하다가 결국 11시쯤에 우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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