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아빠를 닮았는지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는 지민. 덩치가 아무리 큰 개라도 겁내지 않고 다가가 애정을 표시하곤 한다.
저 사진의 개를 보라. 개로 보이는가? 내겐 늑대로 보인다.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일본서 저런 사나운 개는 처음봤다. 지민이도 뭔가를 눈치 챈 모양이다. 처음엔 저 개를 보자마자 언제나처럼 개 앞으로 달려가더니 멈칫한다. 그리곤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근데 얼마후 저 개가 저렇게 사나운 이유를 알아버렸다. 장을 보고 돌아온 주인할머니가 나타난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마귀할멈같은 인상이다. 공원입구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공원 안으로 들어와서 묶어놓은 개 끈을 풀어줄 때였다. 입구에 세워둔 할머니의 자전거가 넘어졌다. 그리곤 자전거 앞바구니에 담아놓은 장바구니도 뿔뿔히 흩어졌다. 안에는 음료수며 달걀 등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무척 분노하며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후 분풀이를 개에게 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며 괜히 장보러 나왔다며 너무 너무 화가 난다는 말을 큰소리로 반복했다. 꼭 개에게 따지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내가 기절할 뻔 한 사실은 할머니가 개를 자전거 뒷자석의 바구니에 태우는 장면을 보고나서이다. 보다시피 저 개는 조그만 강아지가 아니다. 뒷자석에 태우면 앉을 수도 없고 바구니의 높이는 개의 무릎정도까지이다. 타자마자 개가 다리를 후들거린다. 무척 겁먹은 표정이다. 늘 저렇게 개를 데려다니는 듯 했다. 개가 떨어질까봐 보는 사람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할머니는 주위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 본 물건들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에 대해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 중얼중얼 욕을 해댔다. 쇼크 저 할머니랑 사는 개는 무척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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