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12시 경이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옆에서 남편이 뒤척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눈을 뜨자 남편 왈 ‘자기야 나 담배 끊었다～’. 에～엥
무슨 소리일까? 잠꼬대? ... 아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어쨌던 너무나 황당한 순간이었다. 부인 왈 ‘언제부터?～’ 그러자 남편 왈‘지금부터～’.
그때부터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벌떡 일어난 난,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자초지정을 물었다. 남편은 최근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오늘 낮에는 애연가인 그를 결심하게 만들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나보다. 그 원인이 흡연때문임을 그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잘 생각했다고 칭찬해주며 그때부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담배 끊기로 결심한 기념으로 뭐 먹고 싶은거 없냐고 물으니 짜파게티가 먹고 싶단다. 평소 소식을 하는 우리 남편은 짜파게티 하나면 충분하지만 구지 우겨서 2개를 끊였다. 담배를 끊으려면 군것질도 많이 하고 다른 음식도 많이 먹어줘야 한다면서. 신기하게도 결국 다먹더라. 그것도 자다 일어난 새벽 1시경에...ᄒᄒᄒ
남편의 금연 선언에 내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평소 남편은 지독한(?) 애연가이기 때문이다. 남편을 결심시키기 위해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가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오려서 보여주거나 방송을 녹화시켜서 보여주기를 수차례. 그리고 난 기관지가 나빠서 담배연기 근처만 가도 숨이 막히고 가래가 끊는다는 애원과 협박을 통해 수억 금연을 유도해 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직업의 특성상 담배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머리를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아서 담배를 피지 않으면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단다. 그리고 담배 피는 낙이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반박해 왔었다. 즉 딴 것은 다 양보해도 담배를 끊는 것만은 불가능하니 잔소리를 하지 말아달란다. 결혼 생활 5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도 지쳐서 그 부분에 대해선 반포기 상태로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20대 초반 유학시절 담배를 피워보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향수병으로 지독히 시달릴 때에 그랬었고 또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담배를 피는 것이 멋스러워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 체질하고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담배의 맛(?)을 모르는 나는 지금도 담배는 백해무익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자다.
어쨌던 이 글이 남편의 금연 동기부여와 결심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무엇보다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 그 다음으로 지민이랑 엄마를 위해서도. 아빠 파이팅!!! 사랑해요.
여러분도 응원해 주세요.
윤정이
폭탄선언이래서 먼 일인가 했더니 정말 방가운 소식이네요^^* 오빠의 고뇌가 느껴지네요. 밤 12시의 폭탄선언이라니!! 더불어 넘 기뻐할 언니의 얼굴도~ 지민아빠의 건강을 늘 염려했거덩요~~ 자~오빠 힘내시고, 담배생각 날때마다 지민이랑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이랑 맛난 음식을 떠올리시길. 그리고 담배와의 전쟁 성공기 이런거 올라올 날을 기대할게요..
200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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