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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황당무개】첫・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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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 997	2003-11-11 15:13:23

  지금부터 우리가족의 4박5일간 한국여행담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얼마나 기다리고 준비해 온 여행인지 모릅니다. 우선 사랑하는 공부벌레 막내 도련님이 드디어 총각딱지를 떼고 참한 새색시를 맞이하는 결혼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후 8개월이 되어 가는 지민이를 오매불망 보고 싶어하시는 양가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남편과 나, 둘 다 일이 있기 때문에 여유 있게 휴가기간을 얻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5일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에 우리 부부는 감사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더욱 간절히 우리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셨음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5일간 자리를 비워야 하기에 출발 전날까지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나는 출발 당일 새벽부터 열심히 짐을 꾸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남편은 그 날까지 납품해야 하는 컴퓨터 때문에 밤샘을 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손님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패스포드와 항공권 등을 체크 후  지민이와 나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6시 비행기라 적어도 2시 반에는 남편이 돌아와야 하는데 3시가 되어서야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혹시 운이 없어 닛뽀리에서 나리타행 전철을 바로 타지 못할까봐 겁이 났습니다. 지민이를 베비카에 싣고, 여행용 트렁크 및 카메라 가방, 배낭가방 등을 짊어지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출발 30분전이었습니다.

  노스웨스트 항공이었는데 냉정하게 탑승 거절을 하는 직원이 참 야속해 보였습니다. 한국식 생각이겠지만 아직 비행기가 출발한 것도 아닌데 좀 태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도착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니 큰소리를 칠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혹시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보았지만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하고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일본의 3일 연휴기간이라 다른 항공사도 예약은 만석이었고, 다음날이 결혼식인데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가 한국으로 가는 그날 마지막 비행기였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1000엔이라도 아끼려고 서너군데를 섭외해 구입한 할인티켓이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한 표라는 점입니다. 우리 부부는 비행기가 떠나고도 얼마동안 멍하니 나리타 공항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상황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우리를 배웅하러 공항으로 출발하시기 전 연락을 해야하기에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전화를 돌렸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무척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나중 저희 친정 어머니는 그때 헬리콥터라도 타고 오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시어머니는 온 몸의 기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셨다고 합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일단 공항 근처 호텔을 잡고, 내일 아침 서울로 가는 첫 비행기의 대기자 명단에 우리 이름을 올렸습니다. 물론 비행기표를 다시 구입해야 합니다. 그것도 우리가 산 가격의 두 배를 지불하고 (ᅳ .ᅲ )........ 그 당시에는 돈은 둘째치고 한국에 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아빠랑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좋아하는 지민이의 해맑은 웃음으로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며 호텔로 향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밤 11시가 다되어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것이 남편에겐 점심 겸 저녁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대한항공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오후 1시 결혼식에 꼭 참석해야 하니 이왕이면 제일 빨리 짐을 찾을 수 있도록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우리를 딱하게 여겼는지 비즈니스 석의 제일 앞자리를 배정해 주더군요.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어쨌든 나의 일본생활 5년, 남편의 일본생활 9년 만에 국제선 비행기를 놓친 것도 공항 근처 호텔에서 묵은 것도 일반석 티켓으로 비즈니스 석을 배정 받은 것도... 모든 것이 첫경험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통비 예산의 3배를 지출한(뼈아픈) 우리의 한국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계속)                                      2003년 11월 1일-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