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형체와 냄새가 없다. 어떤 그릇에 담고 어떻게 보관하는가에 따라 그 모양과 향이 변한다.
내가 가진 그릇은 어떤가. 투박한 질그릇인가, 시끄러운 유리그릇인가, 튼실한 향나무인가...곰곰이 생각해 봄 직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상대에 따라 다른 그릇을 내어놓는 것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범사에 최선을 다해서 인연과 우연을 가릴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할 듯 하다.
보잘 것 없는 나를 아름다운 옥반에 담아, 은은하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살게 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참 고맙고 값진 인연이다.
누구라도 스승이다. 살면서 많은 것들을 도처에서 배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위로 오를수록 겸손의 멋과 맛을 아는 인연들이 나에게는 훨씬 더 많아서 다행이다.
멀리 있는 인연들에게. 올 한 해 마무리 잘 해서, 새로운 한 해도 서로 토닥토닥 하며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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