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갈증 나!
맥주 생각이 간절해서 호짱을 안고 편의점으로 갔다.내일 아침 호짱에게 먹일 생우유와 요구르트를 산다는 명목이었지만,편의점을 들어서자마자 맥주가 죽 늘어서 있는 코너로 직진.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한 개 골라서 바구니에 담는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면서 한 손으로 맥주를 따서 마신다.
정말 맛있군~^^
예전부터 술을 못마신 건 아니다.한국에서의 대학시절,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딜레머에 빠져 있었을 때-나에게도 데모하던 시절이 있다.구두를 벗어서 양손으로 잡고 죽어라고 뛰고, 바닥의 보도블록을 깨서 던져도 봤다-는 맛도 모르면서 잘도 퍼마셨고,친구랑 셋이서 1700 피쳐 11개까지도 먹어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원래는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지,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고,양주나 소주,정종등은 못 먹는다.
그저,남들이 마실 때, 깔짝대며 몇 모금 마시는 게 다고,좀 마셨군 싶으면 누구보다 빨리 취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곤 했다.
아버지를 닮아서 술이 약하다.
그런데,요즘 서서히 맥주 맛을 알게 된 것 같다.어찌나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그래봤자 캔 하나가 고작이지만,그래도 대딘한 발전이다.
이렇게 변한 것은 올 해 들어와서인 것 같다.호짱을 낳고 난 후부터 입맛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는 회를 좋아는 하지만,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그래도 회를 먹으러 가게 되면,본래의 생선 맛이 사라져 버릴 만큼,초장을 듬뿍 찍어서 먹곤 했는데,이제는 와사비를 넣은 간장이 최고이다.
못 먹었던 마구로(참치) 사시미도 먹게 되었고,싫어하던 돼지고기 볶음은 가끔 만들어 먹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입맛이 이렇게 변하다니......놀라울 정도이다.
그런데도,우유,날계란,생치즈,치즈케잌,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영원히 극복할 것 같지가 않다.
어쨌든,잠이 든 호짱을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하다.남편도 술약속이 있어서 늦게 들어 오느라 밥도 안해도 된다.
참 좋다......ㅋㅋㅋ
어제 내가 담근 깍두기는 제대로 맛이 배어서 꽤 먹을 만하다.밥 한그릇을 깍두기만으로 다 먹으며 남은 맥주를 마시고 나니,이렇게 한 자 적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알딸딸한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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