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배의 추천으로 알게 된 긴시초의 아카짱혼포에 다녀왔다.아카짱혼포란 아기들의 물건을 파는 상당히 큰 쇼핑 몰이다,
요즘의 호짱은 너무나 영특해서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장난감이 필요하던 차였다.
잘 시간이 되어서 내가 장난감들을 챙기기 시작하면 호짱도 내 옆에서 장난감을 바구니에 담는 것을 돕는다.그리고,바구니에 일단 담은 장난감은 더 갖고 놀고 싶더라도 그냥 만지작 거릴 뿐,방에 늘어 놓지 않는다.
내가 방을 닦고 있으면 호짱은 제 가제 손수건으로 옆에서 같이 방닦는 흉내를 내고,큰 통이 있으면 작은 물건들을 담았다가 꺼냈다가 하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하는 행동으로 봐서,지금까지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는 성에 차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보육실에 가면 좋아라 하고 이런 저런 장난감을 갖고 노는데,집에 있는 것들은 너무 갖고 놀아서 재미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긴시초는 집앞에서 마루노우치선을 타고 오차노미즈역에 내리면 JR소부선으로 갈아 타고 3정거장이니 거리상으로도 멀지 않았다.
나는 자주 가 본 적이 없어서인지 같은 거리라도 '시부야'나 '하라주쿠'보다,'닛뽀리'나 '우에노'가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그리고,'긴시초'나 '고이와'라는 지명도 귀에 익기는 한데,아주 먼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다.
실제로 가 보니,어이가 없을 정도로 가까왔다.안 가본 곳은 잘 가지 않으려는 습관때문에 더 멀게만 느껴지는 곳들중 하나였는데,앞으로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긴시초역에 내리자,우렁찬 음악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 온다.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스트리트 밴드의 연주이다.소리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사람들로 커다란 원이 만들어져 있고,그 중앙에 얼마 전에 데뷔했다는 플랭카드와 함께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예전 '카미이구사'에 있는 기숙사에 살 때 자주 놀러 갔었던,너무 좋아하는 '킷치 조오지' 같기도 하고,연주언니가 살고 있는 '키타 센주'같기도 하고,'나카노'같기도 하고,'메구로'같기도 하고,어떻게 보면 '가와사키'같기도 했다.
역에서 내리니 탁 트인 광장이 나오고,사람들이 죽 늘어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려 다니고 있었다.
아랍계통의 사람들이 작은 노점들을 만들어 놓고,악세사리나 자기네 나라의 전통 악기들을 늘어 놓고 팔고 있었다.
그리고,쇼핑을 끝내고 나오니,'다이도 게닌'이라고 하는 서커스 하는 사람의 공연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신이 나서,남편에게 이리로 이사오자고 졸랐지만.교통편이 조금 불편한 것이 흠이다.
아카짱혼포는 아이들과 어른들로 바글바글했다.물건을 담아서 끌고 다니는 카트에,아이를 앉힐 수 있는 의자가 달려 있고,아이들이 모여서 놀 수있는 휴게실도 있고,아주 어린 아기들이 따로 놀 수 있는 예쁜 방도 있었다.
아이들 우는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처음엔 호짱도 정신이 없다는 듯,멍한 표정을 짓고 있더니,갖가지 장난감들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레고를 비롯한 장난감에서부터 아이들 옷,음료수,기저귀,그릇,책등등,아이를 위한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고,엄마를 위한 임신복,임부 속옷등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쇼핑을 싫어해서 가능하면 안가려는 남편은 다리가 아프니,머리가 아프니 하며 얼른,집으로 돌아 가자고 했지만,이런 신천지를 두고 그냥 올 수 있는 엄마들은 정말 드물다.
몇바퀴를 돌고 돌면서 여러가지 장난감들을 몇 번씩 비교해 보았다.비슷한 종류의 레고들 수십가지 중에서, 너무 쉽거나 어려운 것 말고 가격도 적당한 것을 찾으려니 좀 시간이 걸렸다.
결국,링놀이,제일 작은 레고 한상자,모양 맞추기 게임 한상자와,막 걷기 시작한 호짱이 타기도 하고 끌고 걷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샀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 껏,우리 부부는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선물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지금 갖고 있는 것은 모두 남들에게서 받은 선물들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부부에게 상당히 뿌듯한 하루였다.
포장에서 꺼내어 물수건으로 닦아가며 아이에게 하나 씩 건네 주니,호짱은 신나 하는 얼굴로 장난감들을 가지고 논다.
바퀴와 손잡이가 달린 자동차를 밀며 걸어 다니면서, 호짱은 날 돌아 보고 희한한 탄성까지 질러 댄다.
'이렇게 하면 더 잘 걸을 수 있어요 엄마!'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기뻐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사다 줄걸.......그래도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인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방을 장난감으로 잔뜩 어질러 놓았던 호짱은 내가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하자,미련이 조금 남는 얼굴을 하면서도 함께 바구니에 집어 넣는다.
한 번 치운 물건은 손을 대려 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그리고는,아직도 방에 그냥 있던 자동차를 끌며 방실방실 웃는다.*^^*
지금은 잠이 든 호짱,꿈 속에서 오늘 만난 장난감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지,자다가 '까르르~' 웃곤 한다.
호짱! 내일 아침에는 아주 일찍 일어나서 실컷 갖고 놀다가 보육원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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