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찬이 엄마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꼭 며칠 말못한 사람들처럼 만나자마자 먹는 것은 둘째치고 이야기하느라 바빴다.주로 세찬이와 지호에 대한 이야기들,그리고 둘째에 관한 이야기들,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나누었다.동병상련이라고,똑같은 시기에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엄마의 심정을 서로 속시원히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남도 그렇더라 하는 이야기들이지만,그래도 많은 부분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마음약한 엄마로 요렇게 할까 조렇게 할까,이 궁리 저 궁리에 하나를 못정하고 갈등하는 것도 같았다.남들이 뭐 그렇게까지 고민하느냐고 하는 문제들도 막상 본인이 겪어봐야 아는 것,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세찬이 엄마와는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평소와는 다른 좀 호화로운 식탁이었다.세찬이 엄마는 자기가 낼거라고 여러가지 음식들을 시키고 뭐 더 먹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 온다.배는 부른데 그런 마음이 기뻐서 더 많이 먹었다.예전에 가까이 살 때처럼 지금도 걸어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곳에 산다면 참 좋겠다 싶었다.아이들 나이도 같고 정말 같은 보육원에라도 다닌다면 더 좋겠다 싶다.일본에서 그렇게 학교를 다니고 오래 살았어도 마음에 맞는 친구 하나를 만나기가 어려운데 쉽지 않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서 마음이 많이 좋다.
세찬이 엄마와 조만간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져 지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다른 때 같으면 지호를 재우고 나서 컴을 켤텐데,오늘은 무심히 그냥 켜보았다.그랬더니 제일 먼저 주야가 안녕 서울에 남긴 글이 눈에 들어온다.숙이 언니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것이다.나또한 임신중이라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다치면 안된다.병이 나도 안된다.조심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데,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몸이 그새 많이 망가져 있었던 모양이다.하연이를 데리고 출근하셨다는 형부도 그렇고,엄마가 갑자기 옆에 없어서 많이 놀랐을 하연이도 그렇고 병원에 입원해서 눈물만 흘릴 언니도 그렇고......가슴이 답답해왔다.
임신이라는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치는 일이고 또 한번씩 경험을 해본 우리들이라 더 쉽게 생각되어지는지도 모르지만,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신비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엄마가 아프면 뱃속의 아기도 아프고,엄마가 생각하는 것을 아기도 느낀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얼른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야 할텐데......아직 예정일이 되려면 2달이 넘게 남아 있으니 말이다.창밖에 부는 바람도 그렇고 어째 마음이 심란하다.좋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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