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형태의 소수화,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결혼을 선택하기보다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려는 독신자들이 급증함에 따라,이에 부합한 여러 가지 니즈들이 대규모로 양산되고 있다.예를 들어,아침에 맡기면 저녁에 찾을 수 있는 드라이 클리닝 서비스,편의점이나 도시락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수십,수백 가지의 다양한 도시락들,음식으로 칼로리 섭취가 부실하면 완벽한 건강 라이프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플리멘트를 섭취하면 그만이다.편리함과 신속함이 갖춰진 시스템일수록 인정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의 일본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의 조기결혼 현상과 더불어,싱글 라이프를 선호하는 만혼화 현상이 동시에 붐을 이루고 있다.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이러한 양 대극을 이루는 현상은 동시에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마치,일류대학을 선호해서 유치원부터 에스컬레이터식 사립교육을 철저히 시키려는 부류와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않고 바로 사회로 뛰어 드는 부류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현상과 아주 닮아 있다.

독신자가 증가하는 원인을 유추해 보자.혼자서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사회구조와,책임과 양육이라는 부담에서의 탈피,무거운 결혼을 선택하기보다는 가볍게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을 들 수 있겠다.이러한 원인들을 결집시켜 구현(具現)하는 것이 바로 프리타(Free Arbeit-er)의 대거 출현이 아닐까 싶다.

프리타란,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며,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신종 직업중의 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다.멀쩡하게 대학을 나오고도 정식으로 취직을 하기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점으로 나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정식으로 취직을 하게 되면 어디 부담스러운 것이 한,두가지인가?.아르바이트는 그만 두기도 간단한데다,책임감을 많이 느끼지 않아도 되며 보수 또한 짭잘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어떤 직업이라도 책임감이 따르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정식 취직에 비해 그나마 부담을 적게 느끼는 것이 바로 프리타가 아닐까 한다.

프리타를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가 많다는 데 있다.배우나 가수가 되려는 이들이나,연극을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그것이다.나의 대학 동기 중에도 졸업 후,프리타를 해나가며 연극인이 되려고 젊음을 불사르는 이들이 몇몇 있다.

아르바이트로 경제적 독립이 힘든 데다가,가부장적인 사회통념이 아직도 뿌리깊은 한국에서는 이러한 프리타들이 증가할 확률은 적지만,요즘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식직원보다는 계약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업무 파트가 분업화,세분화의 추세에 있고,그러다 보니 세분화 된 각 파트의 업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심각한 불황 속에서 종신고용이나 안정된 미래는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 일지도 모른다.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임과 계약에 의한 프리타는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가장 성장할 만한 분야가 아닐까 싶다.

물론,프리타는 정식으로 취직하는 것에 비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일정한 분야에서의 스킬 업은 물론,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기 어렵다는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다.프리타라는 연약한 위치를 기반으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벼운 계약이나 책임감을 덜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은 식문화마저도 변화시키고 있다.일본의 경우,놀라울 만큼 독신 생활자가 많고 결혼을 해도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구입 후에 데우기만 하면 되거나 아니면 봉투만 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 인기가 높다.문밖을 나서면 길거리에 널린 것이 바로 패스트푸드 점인데다,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이 집안에서 전화 한통으로 음식을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나의 지인 중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사람이 있다.남편이 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은 언제나 둘이서 해결하게 되는데,이 집 아들은 저녁은 당연히 슈퍼마켓의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줄로 알고 있다.슈퍼마켓에 가서 적어도 10가지 종류는 되는 도시락중에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그것으로 끝이다.이것이 자신들의 방식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지금 일본에서는 집으로 배달되는 찌라시에 기입을 하면 조리를 전부 해서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이름하여 “당신의 식탁을 배달합니다” 라는 서비스이다.이러한 식탁배달 시스템으로는 만들고 싶은 식단을 체크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을 대신해서 수퍼에서 물건을 대신 구입해서 보내주는 서비스,음식을 먹는 연령과 대상에 맞게 아예 조리를 해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사람들은 점점 바빠지고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리가 끝난 음식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살펴 보자.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식,노약자들을 위한 유동식,환자식을 비롯해서,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웰빙 라이프의 연장선상에 있는 오르가닉 제품들로 만들어진 헬씨 식단,물론,칼로리가 전부 계산되고 영양면에서 바란스를 맞춘 권장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는 환자식을 전문으로 하던 서비스 업체들이 선택의 폭을 넓게 조정한 케이스가 대부분이고,동류의 서비스가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서비스가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가격대를 살펴 보면,전부 조리가 끝난 음식들을 배달해 주는 경우 대략 3,000엔 미만이며,20끼니분으로 계산하면 한달에 60,000엔 정도가 된다.

하지만,어쩌다가 우리네 밥상까지도 배달이 되어 오는 세상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아이들은 “어머니의 손 맛”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식탁배달 서비스 회사에서 고용한 조리사의 손 맛에 길들여지게 될 지도 모른다.사실상,요리를 만들지 못하는 주부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아이들은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서 먹기 좋게 포장된 생선들을 보면서,동식물 도감에서 보았던 원래의 그 생선의 생김새와 연결시키지 못한다.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이러한 음식들에 비해서,엄마가 만든 음식들이 맛이 떨어지고 볼품은 없을지 모르지만,엄마의 정성과 손 맛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가족들은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함께 먹으며 사랑을 키우기 때문이다. 찌라시에서 오늘의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기 이전에,간단한 요리라도 정성으로 만들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세상이 바쁘고 간편함이 지천에 널려 있다고 하더라도 프리타로 진정한 사회를 배울 수는 없으며,당일치기 드라이 클리닝 서비스로 묵은 때가 말끔하게 지워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하물며,식탁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진정한 마음의 영양소를 채워 넣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