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7월에 만 3살이 된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싶어서 이리저리 정보를 모았다.보육원에 몇 달인가 다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두었는데,막상 그만두고 나니 친구도 없지,장난감도 모자라지,변변히 데리고 갈 만한 놀이터도 없어서 많이 심심해 하는 눈치이다.
일본은 맞벌이 가정이 많고,소수화의 영향으로 대부분 아이가 하나,많아야 둘인데다, 그 아이들이 대부분 보육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공원에 가도 또래 아이들을 찾아 보기가 힘든데,하물며 공원에서 만난 아이와 친구가 되기 또한 여간 어렵지 않다.아이들은 그저 친구들과 장난감을 뺏고 뺏기며 싸움도 하고,함께 모래장난에,그림을 그리며 협조성을 기르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일본에서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지 않으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경험할 기회가 아주 드물다.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은 어떤 곳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 보았더니,괜찮다 싶은 몇 군데가 나왔다.우선,도보 2분 거리에 하나,도보 6분 거리에 또 하나가 있고,나머지는 대부분 도보 15분 이상 걸렸다.집에서 가장 가까운 유치원은 교회에서 설립한 유치원으로,주일 예배와 성서 읽기에 참여하기를 요구했다.나야 예전에 교회에 다닌 적도 있고 해서 괜찮지만,아이 아빠가 독실한 불교 신자에다 장남이니 마음에 걸려하는 눈치이다.
또 한 곳은,2년 보육이라서 딸아이가 다니기에는 개월 수가 모자란다는 것이었다.나머지 유치원들도 살펴 보니,거리가 좀 가깝다 싶으면 2년 보육제이고,바로 다닐 수 있구나 싶으면 집에서 너무 멀어져서 조건이 맞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유치원을 알아 보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보육원과 유치원의 차이점이었다.언뜻 보면 보육원이나 유치원이나 비슷하게 느껴졌는데,알고 보니 차이가 많이 있었다.우선,보육원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은 후생 노동성이고,유치원은 문부 과학성이다.
보육원은 보육시설로써의 의미를 가지며,유치원은 교육시설로써의 의미를 가진다.보육원의 경우, 가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아동의 보육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는 경우,부모 대신 보육을 맡아주는 기관이며 보육원에 들어 가기 위해서는 보육에 있어서의 결여 부분을 증명하는 서류나 상황 등이 필요한 반면,유치원은 아동의 초등학교 취학 이전에 올바르게 학습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회 학습의 준비 단계 기관이며,보육원에 비해서 조건이 까다롭지는 않다.
보육원은 만 0살부터 입원이 가능하며(보육원에 따라 입원 연령이 달라짐)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다니게 되고,유치원은 3년 보육과 2년 보육의 두 종류로 나뉘어지며,3년 보육은 3살~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3년간 보육,2년 보육은 4살~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2년 동안 보육을 실시하게 된다.
보육원의 경우,싱글 마마나 싱글 파파 등,결함이 있는 가정이 일순위로 뽑히게 되며,부모가 둘 다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에 종사하고 있어야 한다.보육원은 항상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바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보육마마나 일시 보육소,패밀리 센터,인가 외 보육원 등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맡길 수 밖에 없게 된다.일단 큰 아이가 보육원에 다니고 있으면 둘째는 비교적 들어가기가 수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유치원의 경우는 적령기만 되면 부모가 일을 하건 하지 않건 관계없으며,보육원이 반드시 구약소나 시약소를 거쳐서 입원의 신청과 관련 수속을 밟아야 하는 것과는 달리,구립 유치원이라도 굳이 구약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치원에 접수를 하면 된다.보육시간은 보육원이 오전 9시 반경에서 오후 5시 반까지의 8시간이며,급식이 나오고,부모의 상황에 맞게 저녁 7시 반 정도까지의 연장보육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는 오전 9시 반경부터 1시 반까지의 4시간의 보육(엄밀히 말해서 보육은 아니다)이며,주 1회는 오전 보육만 있고,원에 따라서는 연장보육을 실시하는 곳도 있으며,도시락을 준비해서 가야 한다.급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로 하는 경우에 신청을 하고 따로 급식비(한끼 2백엔~3백엔)를 지불해야 한다.
이 도시락도 엄마들에게는 은근히 스트레스의 대상이라는데,선생님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일일이 체크해서 어떤 음식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대충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내가 선생님이라도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살펴 볼 것 같기는 하지만,워낙 예술적인 도시락 싸기를 좋아하는 일본 엄마들이라서 아이들의 조그마한 도시락 하나도 여간 고민이 아닐 듯 하다.
보육비용도 전혀 달라지는데,구립 보육원의 경우는 처음 입원할 때 입원비는 필요 없고,매달 부모의 수입을 계산해서 내는 방식이다.부모가 학생이거나 수입이 없으면 보육비는 무료이고,저소득층 가정일수록 비용은 낮아지게 된다.아이가 둘인 경우,둘째아이의 보육비는 큰아이의 1/10 정도로 줄어든다.가령,큰 아이의 보육비가 2만엔이면 둘째는 2천엔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유치원은 입원비와 입학금이 정해져 있으며 구립의 경우가 사립 유치원 보단 조금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다.그 금액은 유치원마다 다른데,첫해에 내야할 금액을 대략 10만엔~30만엔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외에도 일반 사립 유치원에서 매달 드는 비용은 대략 2만엔~3만엔 안팎이며,PTA회비나 책값,난방비,급식이 있는 곳은 급식비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다행인 것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면 구(시)약소에서 입원비 조성비가 2만 5천엔 정도 지급되고,매달 보육료에서 부모의 월급 액에 따라 7천엔~1,5천엔 정도의 보조비를 받을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유명한 사립 유치원의 입학금의 경우는 70만엔에서 백단위까지 넘어가는 곳도 있다고 하며,이런 곳은 소위 말하는 에스컬레이터식 교육인 お受験（おじゅけん；오쥬켄）을 하는 곳들이다.’오쥬켄’이란,유명한 유치원이나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자동적으로 에스컬레이터식 단계를 밟아서 대학까지 비교적 무사하게 다닐 수 있는 시스템으로,이런 유치원에 넣기 위해서 0~1살 때부터 아이들을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