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그동안 잘 지냈니?
나야!
내가 누구냐구? 음.......네 뒤에서......가 아니라,너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너.
그래,나는 바로 너야.
오늘은 언제나 수고를 하고 있는 너에게 칭찬의 편지를 쓰고 싶어서 이렇게 한 자 적어 보는거야.
넌 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구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많이 조심하기도 하고.마음이 약하고 간도 작고.
그런데 남들은 널 만만하지 않은 여자라고들 하지.왠만한 일에도 끄떡도 안하게 보이나 봐.
너......그것도 재주다......
오늘도 또 한사람의 고민을 들었어.아주 오랫동안.
사람마다 다 고민이 있고 갈등을 하고 고뇌하지.
학교 다닐 때,넌 매일매일 친구들의 하소연을 들어 주곤 했었지.그냥 들어만 주면 될걸,꼭 네 고민처럼 착각을 하고선 아주 괴로워하고는 했지.그것도 자주.
매일매일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것이 일과였고 그 생활이 너무 고달파서,언젠가부터는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든 날은 친구들을 슬슬 피하고는 했지.
그래도 친구들은 널 아주 강한 아이로 알았었어.
너에게만 이야기하면 해결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해결이 안나도,본인보다 더 감정이입을 해서 듣고 있는 널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했었지.
넌 곤란한 친구들을 대신해서 화도 내주고,싸움도 해주곤 했어.너 아니? 넌 쌈대장이야.
결국,모두들 너에게 털어 놓고 시원한 마음으로 돌아 서는데,너는 원래는 너랑 인연이 없던 새로운 고민을 하나 더 달고는 힘겨워했었지.
그러면서 '나는 카운셀러가 될 팔자구나!'하고 생각했었지.
근데,네가 틀렸어.넌 엉터리 카운셀러야.돌팔이......
잘 들어.카운셀러는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는 사람이야.하지만,그냥 들어 주는데서 끝나야지 좋은 카운셀러가 될 수 있는거야.
네가 그 사람대신 아파하고 괴로워 하면 할수록,그 사람은 널 힘들어 하게 되는거야.물론,너도 그 사람이 힘들어 지는 건 당연하고......
넌 자주 그런 생각을 했었지.
'나도 내 고민을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해.'
넌 언제나 학교에 가면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마음만 먹으면 그들과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함께 수다도 떨고......
그래도 네가 솔직히 마음을 여는 친구는 언제나 1명 아니면,2명 정도?!.
순보기,민아언니......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가 꼭 생기곤 했었지.
초등학교 때는 너무 내성적인데다,하도 전학을 다녀서 친구보다는 동생 승희가 더 친구 같았구나.
중학교 시절은 '필순이'
공부를 너무너무 잘 했던 필순이는 참 착한 애였지.집안이 가난해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가지 못했던 네 친구......
졸업식날,너는 필순이랑 참 많이 울고 헤어졌었지.이제는 어디서 살고 있는지,결혼은 했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구나.
고등학교 때 단짝은 '숙남이'
숙남이는 너보다 훨씬 조숙했었지.아마도 대학 다니던 언니가 있어서 였을거야.
언제나 신기한 얘기들을 어디서 줏어 듣고는 너에게 많이 가르쳐 줬었지.
여드름이 조금 있었던 숙남이는 비가 오는 날은 피부가 뽀애졌었어.비가 오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했었지.
그리고,비가 오는 날은 머리결이 까칠해진다는 것도 숙남이때문에 알게 된 거야.엷은 곱슬머리 단발이었던 숙남이는 비만 오면 손가락을 빗처럼 세워서 머리칼을 빗어 내리며 신경질을 내곤 했지만,참 착한 애였어.
참! 그 애 아버지는 녹지계장이었고,남동생 이름은 준엽이었어.숙남이 엄마는 굉장히 낙천적인 분이었고,그 집 식구들은 매일 아침,정원에 키우고 있던 케일을 갈아서 마시곤 했지.
재수시절엔 '정희'
네가 서울에 살 때만 해도 자주 만나곤 했는데,아무리 찾아도 이 아이를 찾을 수가 없구나.
그렇게 찾았건만 '김정희'는 너무 많아서 찾기가 더 어렵다.
너무 흔한 이름......
한국에서의 대학교 때 단짝은 '조은희'
은희는 너보다 1년 먼저 들어 갔지만, 몸이 약해서 1년을 휴학했었고,넌 1년 재수를 했기 때문에 동갑이었어.
은희는 연한 은색 자가용을 몰고 다녔는데,집을 돌아 올 때는 너도 은희차를 타고 돌아 오곤 했었지.
넌 운전면허가 없어서 차랑은 인연이 없었잖아.무지막지한 운동신경 제로거든 넌.
은희는 참 차분한 아이였고,항상 너랑 장학금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었지.국문과 장학금은 니들 둘이서 다 갈라 먹었지.
일본어 학교 시절의 단짝은 제일 처음엔 '은주',그 다음은 '성희' 나쁜 기집애.......언니에게 연락도 안하고......아예 연락 끊고 살아라!......
그 다음은 '순보기','이소영','은실이'
지금도 넌 이 아이들만은 진정한 친구라 생각하지?!.
대학에 들어 와서는 1학년 때 '수경언니',2학년 부터 계속 '민아언니',이 두 사람은 서로 안친했다.안친한게 아니라 싫어할 정도였어.
왜일까.......널 독점하려던 이들의 알력?ㅋㅋㅋ......
지금은 .......글쎄,누굴까......없는 것 같구나.
남편이 제일 네 얘기를 많이 들어 주고 있지만,여자들끼리의 세계는 또 따로 있는 거잖니.
그래도 친구란 변하지 않는 것이니.잘 못만난다고 해서 멀어지는 건 아니지만,가끔은 톡 터놓고 얘기하면 속이 좀 시원해 질 대상이 필요할 때도 있지?.
그래서 답답한거구나......
광고회사에 취직한 민아언니는 불면 날아 갈 몸을 하고 잠잘 시간도 없이 일한다 했지.
죽겠대.
우리 아이 돌때는 와야 할텐데......아직 호짱 얼굴도 못 본 언니는 맨날 '네가 아이 낳으면 내가 다 키워줄께!'그러더니만......
송아야,힘 내.
다들 바쁘고 힘들게 살고 있잖아.그리고 너에겐 내가 있잖아.
언제나 네가 혼자가 아니란 걸 믿을 수 있겠니?.
널 무지하게 사랑해......
아......!은주야! 네가 제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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