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를 키워 보신적이 있나요?
어릴적에 한번씩은 병아리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 하시죠...
키울 데가 없다고...
혹은
잘 죽는다고...
방금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를 듣다가 생각 났습니다
겨우 우겨서 병아리를 키워도 제대로 성장 하는걸 보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죠
여리디 여린 병아린 정말 부모님 말씀대로 잘 죽어 버리니깐요
그런데 지금...
그 병아리가 생각 났습니다
죽었다고 생각 했던 병아리를...
'죽어서도 병아리로 살겠지'라고...
그런데
아니였습니다
병아린 병아리로 죽은게 아니였습니다
병아리는 자라서 닭이 되었고..
다 자란 닭은 백숙인체로 제 입으로...ㅡㅡ;;
그런데 왜 병아리인체로 죽었다고 여겼을까요?
아마도 병아린 병아리로만 존재 해야 한다고 생각 했는지도 모릅니다
병아린 어쩜 어린 날의 순수 였는지도...
당신의 병아린 지금 어디서 날고 있나요?
<02-8/31 쨈쓰통신>
http://www.iharuki.com/kor/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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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내 외삼촌이 잠시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던 시기가 있어요.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 였어요.
막내 외삼촌이 몸이 좀 허약해서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가 약으로 먹으라고 병아리 두마리를 보내 주셨는데,너무 어려서 조금 더 키우자 싶으셨대요.그래서 그 병아리 두마리는 제 차지가 됐어요.
옥상 창고에 집을 만들어서 매일 밥주고 물주고 청소해 주고,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리나케 옥상으로 뛰어 올라 가서는 하루종일 그 병아리들과 놀았어요.
병아리는 주인을 못알아 볼줄 알고 처음부터 기대도 안했더니,얼마쯤 시간이 흐르고 나자,나만 근처에 가까이 가면 부리를 비벼대고 내 주위에 모여서 놀고,남들은 거들떠도 안보는데 나한테만 아양을 떨어대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 전에 몇번, 교문앞에서 상자에 담아 팔고 있는 병아리들을 사 온 적이 있었는데, 첫날만 파릿파릿하고 그 다음 날쯤 되면, 눈을 꼼박꼼박거리며,고개를 까딱까딱하면서 잠에 취해 있다가는 그만 죽어 버리곤 해서 전,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신기하게도,이 병아리들은 너무너무 잘 크는 거예요.먹이도 잘 먹고 잘 놀고 잠도 잘자고,옥상이 전부 자기네들 차지였으니 지내기도 좋았을 거예요.
어느덧,병아리들은 제법 커져서 좀 있으면 알을 낳겠구나 싶을 만큼의 크기가 되었어요.이젠, 어느모로 보나 닭이었죠.그러던 어느 날,학교에서 돌아 온 나는 언제나처럼 가방을 방에다 내팽개치고,옥상으로 뛰어 올라갔어요.그런데, 옥상에 제 닭들이 없는 거예요.
산지사방으로 다 찾아 다니고,혹시 밑으로 떨어졌나 싶어서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갑자기 부엌으로 뛰어 갔어요.아까부터 무슨 고기삶는 냄새같은 게 진동을 하고 있더라구요.
아니나다를까,나의 사랑스런 닭들은 우리 집 무지막지하게 큰 찜통안에서 팔팔 끓고 있더군요.ㅠ.ㅠ
전 부엌문에 붙어 앉아서 한 2시간은 울었을 거예요.엄마가 쫓아 나와서 '병아리 또 사 줄께' 그래도 막무가내,아버지가 '그러게 왜 끓였어?안될거라 그랬잖아!' 하며,엄마에게 화를 내고,학교에서 돌아 온 외삼촌도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조심스레 말을 걸었지만,나는 오로지 내 이쁜 닭들이 팔팔 끓고 있는 솥옆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어요.
아무튼,저녁이 되어서 식구가 식탁앞으로 다들 모였고,식탁중간에는 하얗게 잘 삶아진 내 닭 2마리가 올라 앉아 있더군요.ㅜ.ㅡ
식구들은 내가 또 대성통곡을 할까 봐,내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고,엄마는 너무너무 미안한 듯,'좀 먹어봐라' 하며 달래셨어요.아버지는 또 엄마에게 '한마리 사서 끓일 것이지......'하며 또 야단을 치셨어요.
나는 갑자기 엄마가 너무너무 불쌍해졌어요.오늘 낮부터 우느라 혼이 나간 딸래미가 무척 불쌍해 보였는지,엄마 얼굴도 울상이 되어 있었거든요.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닭으로 손을 가져가서 한 점 뜯어서 먹었어요.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고,닭고기를 조금 먹었어요.엄마가 너무 불쌍했거든요.내가 닭을 먹으면 나한테 더 이상 안미안해 하실 겄 같았어요.
그렇게 해서 닭병아리 사건이 일단락 되고 난 후,나는 닭고기를 입에도 못대게 되었을까요?.
그 어떤 고기보다도 좋아한답니다.어렸을 때 하도 편식이 심해서 먹을 수 있는 고기라고는 닭고기,생선은 고등어랑 명태밖에 없었기 때문에 닭고기를 안먹으면 더 이상 먹을 게 없었거든요.지금은 식성이 많이 변해서 다 잘먹지만요.
우리 엄마는 여장부예요.그런데,그 날,나의 사랑하는 병아리들을 삶았던 그날은 너무너무 약해 보이더라구요.
이상,나의 사랑하는 병아리와의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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