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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가 또 다운되는 바람에 글을 못남겼다.동생이 결혼을 했고,나는 아직 위험한 상태라 한국에 가지 못했었다.
신부입장 후에 도련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형수가 없어서 섭섭하다고 했다.동생이 참 예뻤다고 했다.그 자리에 형수가 없어서 그것만 아쉽다고 했다.도련님의 마음이 정말 고마왔다.
사실,전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어찌나 서운한지 몰랐다.집에 전화를 하니 폐백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했고,다들 바쁜데 나와 호짱은 여유롭게 놀고 있는 것도 어쩐지 낯선 느낌이었다.
바로 밑의 동생 명아가 결혼할 때는 시집 안간 언니는 식장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우리 집 어른들의 의견에 밀려 결혼식장까지만 가고 사진도 못찍었는데,이번에는 임신중이라서 아예 참석조차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랬다.
동생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마음으로부터 바란다.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동생들이 잘되는게 너무 좋다.아직 얼굴도 못본 새 제부에게도 동생을 예뻐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그리고 우리가 한가족이 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어제는 지호아빠가 한국에서 돌아오는 날이었고,내 생일이기도 했다.오랫동안 양력생일을 썼는데(일본에는 음력달력을 거의 구하기 힘들어서) 그래도 집에서는 음력을 쉔다.지호아빠가 한국에서 오면서 목걸이를 사 왔다.결혼하고 처음 받아보는 생일선물이라 참 감격했지만 별로 티는 내지 않았다.
선물을 해주는 건 괜찮은데 받는 건 어쩐지 쑥스럽다.흐흐흐......
지호아빠는 커다란 가방 두개를 낑낑매면서 들고 왔다.항상 공항에서 그 다음 날 도착하도록 부치는데 전부 김치 아니면 냉장고 들어가야 하는 음식들이라 억지로 들고 왔다고 한다.
지호를 업고 집앞의 역에 나가서 기다렸다.지호아빠는 밤 9시에 집에 도착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호는 업히자 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전철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지호아빠를 보니,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떄의 모습같은 착각이 들었다.한국에서 너무 바쁘게 왔다갔가 하다 보니 살이 좀 빠지기도 했지만,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자주 입었던 니트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고 그랬다.
집으로 돌아와서 열쇠로 문을 열자마자,호짱이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을 깼다.눈앞에 아빠의 모습이 보이자,"파파~~!"
하며 두팔을 뻗는다.얼마나 반가왔을까?.
텔레비젼이나 책에 남자만 나오면 파파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밖에 데리고 나가면 길가는 모르는 아저씨에게 '파파 파파 ~'하고 불러대곤 하더니 막상 파파가 눈앞에 있으니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한테도 길었는데 호짱에게는 오죽 긴 일주일이었을까.
어머니는 갖가지 김치에 고기에 별의 별 것들을 다 보내 주셨다.닥치는 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얼른 다 꺼내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하나하나 싸 주시면서 얼마나 서운하셨을까.같이 오시면 좋았는데......참 죄송스럽다. 사는게 뭔지......
엄마는 지호옷을 또 잔뜩 보냈다.오늘은 새 옷들중에서 니트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보육실에 갔다.보육마마는 너무 머지다며 지호를 꼭 안아 주었다.명아는 나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장난감에 책들을 잔뜩 보내 주었다.그거 다 모으기도 힘들었겠다 싶었다.지호는 그 물건들을 쭉 늘어 놓고는 그냥 "와~와~!!!" 의 연속이었다.다들 우리들을 챙겨 주려고 하는 마음이 아주 많이 느껴져서 행복해졌다.아주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보살이 하루종일 나의 생일 파티를 하겠다며 기다리시는 바람에 한밤중이 되어서 신주쿠로 나갔다.유명한 '아만도 케잌'을 사람을 일부러 보내서 사오게 시키시고는 배를 쫄쫄 곯고 기다리고 계셨다.
결국,시간이 너무 늦은 바람에 케잌에 초는 꽂지도 못하고 신주쿠 반점으로,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뭐든지 내가 먹고 싶은 걸로 사주신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짜장면밖에 없는 거였다.나혼자 짜장면 곱배기에 지호아빠와 보살님은 보통을 시켜서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다.
지금까지 먹어 본 짜장면중에 오늘 먹은 짜장면이 제일 맛있었다는 세사람의 공통의견이었다.금방 뽑은 듯,면빨이 쫄깃쫄깃했다.
아~또 먹고 싶다......
짜장면에다 군만두를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뜨겁고 단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보살님에게 택시비까지 받아서 편안히 집으로 오면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34살이 되었다.언제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간거지?...... 싶다.어려서부터 나이들면 멋지게 살고 싶었는데 바로 이렇게 사는 게 멋지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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