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운주와 지호와 함께 시부야의 입국관리국에 갔다 왔다.비자 갱신 신청을 했었고 다시 오라는 엽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아이를 보육실에 안맡기고 있으니 어떻게 데려갈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마침,운주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길래 함께 가기로 했다.
3월 말일까지 업무를 보는 시부야 출장소는 외국인들로 상당히 붐비고 있었고,이곳에 그렇게 자주 왔어도 오늘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건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다행히,엽서를 가지고 온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내 앞에 6명이 대기하고 있었고,그리 오래지 않아 내 순번이 돌아왔다.
나는 엽서랑 수입인지,여권,자격외 활동 허가 신청서를 내 담당인 여자 직원앞에 내놓았고,자격외 활동 허가 신청서를 들고 유심히 보던 직원이 갑자기,
"이걸로는 허가를 낼 수 없다" 라며 돌아 가라고 했다.물론,비자는 이미 받은 상태여서 상관이 없었지만,아니 왜 허가를 줄 수 없다는 거지? 싶어 이유를 물어 보았다.그랬더니,'아침 9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중에서,필요할 때만 일함' 이라고 적혀 있는 항목을 가리키며,바로 이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확한 시간이 안적혀 있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보육원 신청문제 떄문에 바로 20일 전에 기간만 다른 똑같은 신청용지를 들고 왔을 때는 전혀 아무 문제없이 5분만에 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그 때는 지호도 보육실을 다니고 있었고,아이를 데려가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고,무엇보다도 똑같은 신청용지로 직원에 따라서 되는 사람도 있고 안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침,그 여자직원 바로 옆에서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남자가 20일전에 허가서 를 내 준 사람이라,나는
"이 분이 저에게 허가서를 주었어요.바로 20일도 안됐구요.저 기억하시죠?"
했더니,기억한단다.그럼 이분에게 설명 좀 해주세요.그 때 저에게 허가서를 만들어 주셨잖아요? 라고 물었더니, 당신에게 특별히 허가서를 내준거요.특별대우는 딱 한번 뿐이요.한다.
특별대우???
나는 입국 관리국을 다니면서 기분이 나빠져서 돌아 온 적은 여러번 있어도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느낌은 가져 본 적도 없고 그런거 바라지도 않는다.
"제가 납득이 안가는 건, 똑같은 서류로 똑같은 허가서를 신청하는데 왜 20일 전에는 아무 말없이 받을 수 있었던게 갑자기 안되냐는 겁니다.그렇다면 처음 허가서를 신청하러 왔을 떄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해 주셔야죠.전 지금 임신 7개월에 2살 된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다시 오는 건 너무 힘이 들어요.어떻게 안될까요?"
그러자,직원이 하는 말이,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요.하지만 ,가족체재면 문제가 달라져요.남편이 돈을 벌어 오니까 부인은 일을 하면 안되지만, 그래도우리 일본 사람들이 관대히 허가를 해주는거요.너무 그러지 마쇼.그 때도 보육원 문제 때문에 신청한다고 했죠?.만약 당신이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당신보다 더 상황이 절박한 다른 사람 아기를 보육원에 보내는게 낫소.이 일본에서 일을 뭣하러 하려고 해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지호를 데리고 다시 와야 한다는게 끔찍하기도 하고,외국인이라고 무시하며 머리부터 누르려고 하는 직원의 태도에 황당함을 느꼈다.
"다 좋습니다.그리고,지금 이렇게 얘기해 봐야 여러분들이 저에게 오늘 허가서를 주지 않을 것 정도는 경험상 잘 알고 있어요.하지만,짚고 넘어가야 할 건,지난 번 20일 전에 와서 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신의 분명한 실수예요.그렇죠? 그 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받을 수 있었던 허가서가 오늘은 갑자기 안된다고 한다면,그건 제 실수가 아니죠.작년까지 유학생이었고,주부가 되어서 처음으로 신청한 허가서라서 전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그 때 그렇게 말해 주었더라면 전 당연히 그렇구나 하고 새로 서류를 받아왔을 거예요.실수를 인정합니가?.제 기분을 이해하시겠냐고요?"
여자직원이 실수를 인정한다고 했다.실수를 인정한다면서 다시 나에게 그 때는 특별히 대우를 해 준 거라고 못박았다.자기네들이 실수했다고 외국인에게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일본생활 9년째,정말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중의 하나.언제까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무시를 당하며 살아야 하는걸까.만약,처음 유학을 결정했을 때,다른 나라로 갔었다면 이렇게까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던걸까.
나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지호를 보육원에 맡기지 말던지,아니면 시나가와 입국관리국으로 다시 가야한다.부른 배로 아이를 데리고 거기까지 어떻게 갔다 올까.아니면,시간당 2천엔 하는 피노키오 보육원에다 맡기고 지호가 처음보는 낯선 곳에서 엄마를 찾으며 애타게 울던지 말던지 아이생각을 떨쳐 버리고 갔다 와야할까.
'당신아이 때문에 정작 일을 하고 싶어도 보육원에 애를 못맡기는 일본사람도 있다는 걸 아셔야죠' 라던 남자직원의 말이 너무 가슴을 찌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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