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지호를 재우려고 불끄고 자는 척하고 있다가 진짜 잠이 들어 버렸다.꼭두새벽에 눈이 떠지고 다시 잠이 오지 않아서 아예 나와 앉았더니 모니터 앞으로 모기가 두마리나 지나다닌다.왠만큼 둔한 놈 아니면 내손에는 잡히지도 않건만 두마리다 내 손바닥으로 잡아냈다.우하하 이 통쾌함!
전자매트고 뭐고 다 쓸모가 없다.어제 비가 많이 와서 어느 틈에 생긴 모양이다.5층에 살면 모기가 절대 안들어온다고 부동산 중개인이 박박 우기더니 5층은 고사하고 사람이 사는 곳이면 아무리 높아도 모기가 따라 올라온다.
오늘도 김밥을 싸야 한다.일주일동안 집안에 갇혀서 꼼짝마라 상태인 지호에게 콧바람을 쐬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밖에 나가서 사먹으면 괜히 돈만 쓰고,애들 데리고 마땅하게 먹을 곳도 없는지라 아무데서나 꺼내 먹을 수 있는 깁밥이 제격이다.아직 5시밖에 안되었는데 6시가 넘으면 지호를 깨워서 편의점에 다녀와야겠다.
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도 지호랑 편의점을 갔다.오랫만에 걸어서 그런가 애가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비틀비틀한다.아침햇살이 따갑기도 했지만 완전히 햇빛 못 쬔 다시마처럼 흐물흐물한다.조금 걷다가 안아 달라고 졸라 대는데 "엄마 다리 아퍼" 하며 안아주지 않았다.이제부터는 동생을 베비카에 태우고 지호는 걸리는 연습을 조금씩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호도 그렇지만 지형이도 더위를 못참는 것 같다.손톱으로 얼굴 긁지 말라고 손에다 애기양말을 씌워 놓았더니,팔다리를 있는 힘껏 버둥거리며 벗어 제끼려고 안간힘이다.어찌나 용을 쓰는지 방귀대장이다.방귀소리도 어른 뺨칠 정도로 우렁찬데다,제 방귀소리에 놀라서 자다가도 움찔거리는 걸 보면 진짜 가관이다.지호아빠는 남자아이라고 옷도 아무거나 입히고,응가했을 때도 물티슈 한,두장으로 뚝딱이고,손에다가는 자세 안나오게 양말 씌워 놨다고 날더러 뭐라고 한다.지호 때랑은 많이 다르다나 뭐래나.여자앤 줄 알고 핑크색 배냇저고리가 들어온 걸 어떡해......
어제는 태풍때문에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거짓말처럼 개었다.아직 새벽인데도 벌써부터 후덥지근한 것이 오늘 하루도 말도 못하게 더울 것 같다.35도까지 올라 간다는데 아무래도 야외보다는 에어콘이 시원한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02 
1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