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잡지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낫또를......그 목구멍에 걸린 뜨거운 감자처럼,촉각,미각,후각,시각등의 온갖 신경을 건드리고,무시하고 살고 싶어도 못내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가격저렴하고 몸에 좋다는......낫또의 참맛을 드디어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낫또란 한국의 청국장같은건데 끈적거리기가 말도 못한답니다.낫또를 젓가락으로 잘 비벼서 먹는데,가는 실같은 것이 낫또가 하얗게 될 정도로 생겨나서 젓가락으로 건지면 실밥이 쫘악~~하고 묻어나지요.그걸 입에다 넣고 젓가락으로 가는실들을 돌돌 말아서 끊어줘야 한답니다.냄새는 청국장 특유의 그 냄새랑 거의 흡사합니다.
제가 생긴거랑 다르게 비위가 좀 약하거든요.저는 정말 이 음식을 먹을 자신이 없더라구요.그런데,보기에는 아주 고약하게 생긴 낫또가 그렇게나 몸에 좋대요.우리 아이들때문에 불로장생초를 어떻게든 구해서 먹고 오래오래 살아야하는 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약 보름전에 낫또를 샀죠.내돈으로 그 맛없는 걸 사다니 정말 대단한 결심이었어요.낫또 하나를 사면 하얀용기안에 낫또 4팩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고 가격은 98엔.매일 건성으로 보고 지나치던 낫또를 먹어보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작년 연말에 우연히 녹화해 둔 건강장수 프로그램을,뭘 보겠다고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집어서 비디오덱키안에다 넣은 것이 발로였지요.
참!저는 호짱을 위해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매주 녹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노래는 노래대로 모으고,앙팡만(호빵맨)은 앙팡만대로,이나이이나이 바(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는 또 그것만 따로 모아서 한번씩 틀어주곤 한답니다.호짱이 춤이 추고 싶다면 노래만 매일 5분씩 따로 녹화해서 2시간짜리를 만들어 놓은 테잎을 틀어서 호짱이 지켜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춤을 추게 합니다.
하루 5분씩 나오는 노래를 2시간이나 녹화하려면 정말 몇개월 걸립니다.정성이 필요하지요^^*.밥하거나 뭐하다 보면 그 프로를 통째로 다 녹화시켜 버리게 되니까 얼른 대중을 맞춰서 텔레비젼앞에서 기다려야 한답니다.아님,국자나 뒤집기를 들고 득달같이 쫓아와서 허둥지둥 끄거나 그렇게 되는 거지요.
암튼......얘기가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미노몬타(일본의 인기 MC)가 진행하는 그 건강 프로그램에서 한 실험을 보여 줬는데요,평소 식생활이 엉망인 사람들 6명을 뽑아서,그들의 혈액 성분이 얼마나 지저분한가를 보여준 다음,낫또를 먹게 하고 1시간후에 얼마나 혈액이 깨끗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죠.
그런데,이건 아연실색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겁니다.동글동글한 혈액입자가 여기저기 덩어리가 되어서 혈관속에 뭉쳐져 있던 것이 아주 유연하고 질서정연하게 사라사라(부드럽게) 흘러가고 있는 장면을 본 저는,'이젠 낫또를 먹어보자!.남편이 나보담도 더 필요하겠구나!.울딸도 꼭 먹이자!'이렇게 된겁니다.
그래서,약 보름전, 아침식사로 낫또를 먹었지요.잘게 썬 김치에다 간장을 더 넣고 참기름을 뿌린 다음,비벼 비벼서 거의 억지로(밥을 먹었다기 보담은 떠서 밀어 넣었다고 하는게 맞겠죠^^;;) 남편이랑 둘이서 낫또 한팩을 다 먹는데 성공을 했어요.일본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낫또를 그렇게나 많이 먹은 날이었지요.그런 다음,낫또를 다시 먹어 보겠다는 건 꿈도 못꾸다가 어젯 밤 잠들기 전에 남편이,
"내일 아침은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랑 낫또를 먹어 볼까 "
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아침식사로 미소시루와 낫또를 준비했더니 보름전보다는 맛이 있더라구요.처음엔 정말 끈적끈적하고 느끼한 맛과 역한 냄새밖에 못느꼈는데 오늘은 약간 맛을 알게 된 것 같았어요.일본사람들중에도 이 낫또를 못먹는 사람이 아주 많답니다.
그런데,낫또에 한번 빠지면 낫또없이는 못사는 생활이 되어 버린다거든요.아침을 그렇게 먹고 난 다음,하루종일 집안에 은은하게 풍기는 낫또냄새와 더불어 내머리 한구석에 낫또란 놈이 포진을 치고 있더군요.
'쪼~~금 맛있었지?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으로 저는 딸래미에게 낫또를 먹을 생각이 있는지 물었어요.그랬더니,
"응!,낫또 혼또니 오이시이(낫또 뎁따 맛있대이)~~"
이러는 겁니다.마마보다 낫죠.찰렌지 정신이 가득한 울 딸래미 이쁘고~~~^^*
그래서 지호짱은 간장만 뿌린 낫또를,전 귀찮아서 썰지도 않은 김치를 대충 담아서 간장을 좀 많이 뿌리고 참기름까지 넣은 낫또를 들고 앉았어요.그런데,아 글씨!아 글씨~~!.맛이 있는 겁니다~~^ㅇ^ /~~열심히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지호짱이
"엄마꺼 좀 먹어봐두 돼요?"하는겁니다.
"응 먹어 볼래? "
내심,매워할까봐 걱정이 조금 되었지만,맵다 그러면 우유나 물한잔 주면 되지 싶었어요.사실,지금껏 지호짱에게 김치를 먹이려고 몇번 시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지호짱은 꼭 김치뿐만 아니라 매운거라면 아주 질색을 하는 겁니다.그래서 더 나이들면 먹이자 싶어서 단념하고 있었거든요.그런데,낫또콩 한개를 집어다가 입에 넣어주니,
"우와~~! 넘 맛있어~~! 또~~!"
하고 고 귀여운 입을 앙~~하고 벌리는 겁니다.
"그래?.자~~"
"앙~~"
낼름! 꿀꺽! 또 줘요~~싸인!!!.
둘이서 앉은뱅이 식탁 맞은편에 앉아서 마마의 조그마한 낫또그릇을 중간에 놓고 쟁탈전이 벌어졌어요.그러다가,"지호짱!아예 일루 온나!"하고는 바로 옆으로 끌어 당겨서 낫또 그릇에 코를 박고는 누가누가 더 잘먹나 대회를 벌였지요.지호짱은 입에서 매울 때 내는 "스스~~"소리를 내가며 따로 담아놓은 김치를 더 넣어 달라는거예요.
무지하게 매울텐데 낫또가 매운맛을 많이 부드럽게 해주더군요.물어 보니 맵긴 매운데 너무 맛있다는 겁니다.작은 김치를 하나씩 넣어주니 밥한공기가 모자랍니다.28개월된 딸래미가 처음으로 밥한공기를 다 먹고 더 달라고 합니다.크~~~기쁘닷~~^^*
그렇게 해서 저도 지호짱도 낫또의 참맛에 눈을 뜨게 되었구요,덤으로 지호짱은 김치까지 잘먹게 되었답니다.저녁을 먹고 나서,남은 낫또 한팩에다 김치를 넣어서 섞은 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었어요.낫또와 김치를 한데다 섞으면 그렇게 몸에 좋다고 하네요.그것도 섞어서 바로 먹는 것 보다 몇시간 두었다가 먹는 것이 더 좋대요.내일 아침용으로 미리 만들어 두었어요.
내일은 무말랭이랑 배추김치 거리를 사러 아침에 수퍼에 다녀 올거예요.잊지 말고 낫또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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