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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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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관한 단상



그 때는 비만 오면 우산하나 달랑 들고 바깥에 나가곤 했었다.발이 물에 젖어도 괜찮게 맨발에다 신도 편한 걸로 신고,추워지면 곤란하니까 가디건은 꼭 걸치고,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까지 걸어서 갔다가 오고는 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우산을 써 봐야 소용이 없으니 그냥 접고 마냥 걸었다.비가 오는 날은 울어도 눈물이 보이지 않으니 남의 이목 신경 안쓰고 울기도 했었다.그 때는 왜 그렇게 속상한 일도 많고,쓸쓸함과 허전함도 많고,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많았었는지.......

그 때가 언제냐고?.

재수를 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 때는,무엇을 했었는지조차 잘 생각이 나지 않고,항상 우울했었던 느낌밖에는 없는 시절이기도 하다.

비가 참 좋았었다.특히,우산으로 얼굴을 가릴 수가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빗방울때문에 사람들도 별로 없는 길에,차 지나가는 소리와 바람소리,빗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리는 비오는 날.

나혼자 남겨져 있는 듯한, 고독하면서도 왠지 뿌듯한 느낌으로 정처없이 걷다보면 어느새,경대 북문으로 접어 드는 길이 나오고,그러면 거기에 언젠가부터 목표로 삼기 시작한 벽이 흙으로 발린 토담이라는 카페가 보인다.그 카페 토담까지 오면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싶어졌다.

비오는 날,바깥에 서서 카페안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정겨운 느낌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문안은 따뜻하고 아늑해 보여서,비 오는 거리에 있는 사람을 들어 오라고 유혹한다.빗방울들이 모여서 만든 유리창문위의 비의 길들 사이로 천정의 불빛이 뽀얗게 빛나면 문득 따뜻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곤 했었다.

어깨와 바지는 비가 튀어서 축축하고,빗물을 차면서 걷다보니 신은 다 젓어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안에서 물이 삐죽삐죽 나오고,얼굴에는 빗방울이 튀어서 군데군데 가려워지는 창밖의 나는,카페 토담을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는 아니었다.집을 나갈 때면 항상 커피 한 잔 정도를 마실 수 있는 잔돈을 준비해서 나가곤 했었다.

카페 토담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질 따뜻함과 아늑함,문이 열리면서 바깥의 소음들이 일순 정지하는 듯 느껴질 적막감, 그리고,카페안에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할 가게 사람들.

어쩌면 카페안은 조용히 세레나데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다 잘 알고 있었지만,내가 카페 토담에 들어가는 건 대학생이 되어서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저 따뜻함속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초라할까.내 자리가 아닌 곳에 억지로 끼여 있으면 많이 힘들어질거야.아마 커피 한잔을 다 못 마시고 나오게 될지도 몰라.

이럴 때,누구 아는 사람이 같이 있다면.......카페 토담은 혼자서 들어가기엔 용기가 많이 필요했다.

재수생이라, 자기혐오에 빠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그 시절만 해도 고등학생이 분식점에 앉아 있으면 정학을 먹던 시절이라,나같은 겁많은 아이는 카페에 얼씬할 군번이 아니기도 했다.

일본에 오던 95년,어찌나 비가 많이 오는지 봄,여름,가을까지 거의 매일을 우산을 들고 다녔다.겨울에도 얼마나 비가 많이 오는지,안그래도 추워서 마음까지 시린데,비때문에 더더욱 얼어붙는 몸과 마음.

일본에 7년 살다보니 '비'는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버렸다.내가 그만큼 세상에 물들어 버린 것이다.

바쁜 일상을 훼방놓고, 무거운 가방에 덤으로 한 몫 하려는 우산도 미워진다.그렇다고 비가 많이 오면 우산을 안 들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어떻게 하면 젖지 않을까,젖어도 젖은 티가 안나는 옷을 골라야지......

남의 이목을 생각해서 비 오는 날,우산없이 방황할 수도 없는 쓸쓸한 30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동경은 비.

몸이 안좋아서 보육원에 가지 않은 옹알이를 담요에 둘둘 말아 한 쪽 팔에 끼고,또 한 쪽 팔로 음식쓰레기 봉지를 몇개 들고 혹여 비에 맞을라 종종걸음으로 집 앞에 쓰레기 모으는 곳까지 가는 영락없는 아줌마......

발에는 샌달을 아무렇게나 끼고,지란지교는 아니라도 어쩌면 몸에서 김치냄새가 날지도 모르는 나는,임부복을 평상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입지만,그래도 행복이 뭔지는 알고,쓸쓸함이 뭔지도 알고,자기혐오가 뭔지도 안다.

그 옛날,내가 참으로 힘들었을 때부터,하나하나 절실히 느끼면서 지금까지 커 왔기 때문이다.

아 참!카페 토담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몇 년후,과 선배가 페스티발팅하라고 못살게 굴어서 만난 경대생에게 무조건 북문들어가는 길 옆에 있는 토담으로 오라고 해서 들어간 적이 있다.그리고 또,몇 년후,어쩌다가 지나가게 된 그 길에, 카페 토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카페안은 기억이 희미하다.빗줄기가 미끄러지는 유리창너머로 들여다 보던 그 기억만이 선명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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